케리·왕양, 남중국해 갈등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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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제대화가 23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남중국해 문제와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비롯한 국제사회 현안들이 이 자리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대화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왕양(王洋) 국무원 부총리와 양제츠(楊潔<7B8E>)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한다.

 최대의 관심사는 남중국해 갈등을 풀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내느냐의 여부다. 약간의 의미있는 중국 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인공섬)매립 공사가 조만간 완료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력에 굴한 것이 아니라고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미·중 전략 대화를 앞둔 시점에 통상적으로 공개하지 않던 내용을 발표했다는 게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중국이 긴장의 수위를 낮추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0일자에 중국과 미국의 공통 이익을 강조하는 내용의 평론을 실었다. ‘중국의 목소리’란 필명으로 발표된 이 평론은 “중·미간 견해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며 “양국이 상호이익과 세계 평화 발전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오는 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어 이번 대화를 기점으로 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서로 자제하고 당분간 대화 무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같은 단기 전망과는 별개로 미국 내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미국이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에서 ‘라이벌’로 여기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산호초에 인공섬을 만들고, 달러화에 대항해 위안화를 기축통화의 하나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케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이사장은 “지난 35년간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로 보는 미국 정부의 접근법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며 “워싱턴에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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