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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기쁨 주는 건 역시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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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7년6개월간 온라인에 등록된 빅데이터 70억 건을 분석해보면 기쁜 감정은 대부분 ‘친구’ ‘여행’ 등 개인적 일상과 함께 표출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집단적으로 기쁜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도 있었다. 바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질 때다. 본지와 다음소프트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쁨’과 관련된 감성 연관어의 비중이 컸던 이슈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개 가운데 8개가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나타났다.

 스포츠 행사 중 ‘기쁨’ 연관어의 비중이 가장 컸던 것은 2011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2위·22.6%)였다. 이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3위·20.8%) ▶2012년 런던 올림픽(4위·20.8%)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5위·19.0%) 순이었다.

 이들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냈다. 남아공 월드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런던 올림픽에선 역대 최다 금메달 획득(13개)을 기록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대회다. 이화여대 정익중(사회학) 교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기쁜 감정이 집단적으로 분출되는 현상은 ‘국가와 나를 동일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국민적 기쁨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통령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23.1%(8월 첫째 주)에서 29.1%(8월 넷째 주)까지 상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던 2012년에도 런던 올림픽을 전후해 지지율이 21.8%(2012년 7월 셋째 주)에서 29.5%(2012년 8월 셋째 주)로 상승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일종의 이벤트 효과(event effect)로 장기간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포츠 이벤트의 효과는 점점 약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주최국이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회 전후 지지율은 49.7%에서 50.0%로 불과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2014년 9월 둘째 주·10월 첫째 주, 리얼미터).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이 34.7%에서 45.9%로 수직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2002년 5월·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쁨’ 연관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사건은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29.5%)이었다. 문화평론가 김형욱씨는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쁜 감정도 일종의 이벤트 효과”라며 “강남스타일이라는 한국 노래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인정받는다는 현상에 만족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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