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병세 장관 방일, 꽉 막힌 한·일 관계 돌파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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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1일로 잡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취임 후 첫 방일은 환영할 일이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난 뒤 다음날 도쿄에서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에도 참석한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서울 리셉션엔 일본 측 고위인사가 올 조짐이다. 두 행사에서는 상대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가 낭독된다고 한다. 잘만 하면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어 윤 장관의 방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과 함께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힘을 합치면 서로 득 될 게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양국 정부 간에 소통조차 제대로 못해 온 게 사실이다.

 윤 장관이 밝혔듯이 한·일 협력을 가로막는 현안은 세 가지다. 첫째 위안부 문제에서의 의미 있는 진전 도출, 둘째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한국 입장 반영, 그리고 8월로 예정된 아베 담화 내용 등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어느 이슈보다 비중 있고 예민한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 없이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수차례 선을 그었을 정도다.

 이렇게 중차대한 위안부 문제를 두고 여덟 번이나 국장급 협의가 이뤄졌건만 양측에선 여전히 딴소리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밝혔고 외교부 고위인사가 이를 확인해 준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에선 “어떤 인식으로 말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한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선 윤 장관이 직접 방일해 혼선을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위안부 협상이 막바지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다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휘둘려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카드를 덜컥 받아서는 안 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그릇된 역사관이 한·일 간 불통의 근본적 원인이긴 하다. 그렇다고 일본과 아예 상대조차 안 하겠다는 건 지나치다. 원칙론은 때론 운신의 폭을 좁힌다. 위안부 문제에선 단호한 자세를 고수하되 타 분야에서는 협력과 대화를 추진하는 분리 대응이 국익에 맞는 현실적 외교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