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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메르스 격리자 6500여 명 … 물샐틈없이 돌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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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한 격리자가 17일 922명이 추가되면서 6500명을 넘어섰다. 격리자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일정 기간 보류해야 한다. 그래서 메르스의 피해자인 동시에 사태 해결을 위한 헌신자다. 이들의 협조는 역병의 사회적 피해를 줄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격리자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불편 없이 격리생활을 마칠 수 있어야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물샐틈없는 격리자 지원과 관리를 해야하는 이유다.

 사실 6500명이나 되는 격리자를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격리자가 제대로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담당 공무원이 하루 몇 차례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격리기간 중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우리 공동체가 보살피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17일 메르스 격리자 가족에 대한 돌봄 서비스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책만으로 격리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데 충분할지 의문이다. 메르스 차단에는 예방과 함께 격리가 최우선이다. 격리자들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전방위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격리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 지원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보호대상자나 일용직에 대한 생계 지원, 직장인의 고용 안정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힘든 장애인 등은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은 물론 지역사회 봉사단체까지 나서 민관 합동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강원도 춘천시 보건소가 자택 격리된 81세 독거 할머니를 위해 대신 장을 봐준 것이 좋은 사례다. 한 마을 주민이 집단 격리된 충북 옥천군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심부름은 물론 농사 품앗이까지 도맡고 있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돌봄 서비스는 메르스 격리자를 넘어 희생자 가족과 확진자·의료진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격리가 메르스 차단에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메르스 전담병원은 공익을 위해 딴 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는 메르스 사태가 3개월을 끌 경우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20조원으로 추산했다. 그런 만큼 전담 병원의 손실 벌충 등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절실하다. 의료기관이 적극 협조해야 메르스 조기 차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역병의 환란 속에서 국민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기본 의무다. 이는 ‘서로 합심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공동체의 결의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다. 정부에 실망하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