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고 작가 도덕성 의심케 한 신경숙의 ‘해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 문학계, 아니 한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16일 작가 이응준씨가, 신경숙 작가의 단편 ‘전설’(1996)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平岡公威·1925~70)의 ‘우국(憂國)’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문단과 출판계에서 표절 문제는 심심치 않게 터져왔지만 이번에는 얘기가 다르다. 신씨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국내 최고 인기 작가인 데다가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 이후 해외에서까지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의 표절 의혹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충격적이다. 그간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작품과의 관련성이 지적된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필두로,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단편 『작별 인사』가 각각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과 일부 유사성 논란이 일었다.

 문단 일각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전력’ 때문이다. 또 그간 표절 의혹이 유야무야된 데에는 스타 작가라는 신씨의 위상과 문학 권력의 봐주기 식 ‘주례사 비평’ 관행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은 표절 의혹에 대해 신씨와 출판사가 내놓은 ‘해명’이다. 신씨는 “해당 소설은 알지도 못하고, 이런 논쟁은 작가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 창작과비평 또한 “몇몇 문장을 근거로 표절 운운은 문제”라고 부인했다가 "적절치 못한 답변이었다”고 사과했다. 과연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유사한 문장을 구사하게 됐는지 문제의 핵심을 피해 간 궁색한 답변이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국내 대표 작가로서 도덕성이나 책임감마저 의심스러운 태도다. 신씨는 단편 ‘딸기밭’(1999)에서 재미동포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일부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유가족에게 누가 될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번 표절 의혹에 대해 보다 솔직하고 반성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독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자칫 한국 문단의 명예까지 실추시킬 수 있는 빅 스캔들을 전향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디지털오피니언] 1인 방송 스타일로 본 메르스 수습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