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메르스 지금이 고비 … 방심 말고 철저히 대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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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환자가 다수 발생하지 않으면 소강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평택성모병원의 1차 유행 불길이 진정된 데 이어 삼성서울병원 등의 2차 유행도 바이러스 노출 뒤 최대 잠복 기간인 2주가 곧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언제 정부의 방역 레이더망을 벗어난 미지의 장소에서 새로운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3차 유행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전염병 대응에선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끝날 때까진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메르스 ‘잔불 정리’에 나서야 한다. 잔불의 불씨 한 점이 언제 ‘불바다 천리’로 번질지, 얼마나 잠복했다가 갑자기 다시 활개 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하던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여름철에 다시 창궐했던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할 일을 찾아 하면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잔불을 잡아야 한다.

 의료계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메르스에 성공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한 병원 사례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일일 것이다. 천안 단국대병원은 내원객이 50% 이상 급감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묵묵히 메르스 격리병동과 음압치료실을 운영했고,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2차 감염 발생도 없었다. 감동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SNS에 이를 칭찬하는 글을 띄워서 화제가 됐다. 서울성모병원과 8일 이 병원을 찾은 105번 확진자(63)의 사례도 모범 답안이다. 병원 측은 옥외 환자 분류실을 마련해 그곳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내원한 환자를 진찰하게 한 뒤 곧바로 음압격리병상으로 옮겼다. 이로써 접촉자가 한 명도 없는 모범 진료 사례를 만들었다.

 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장 큰 공공 의료기관으로 메르스 전문병동까지 갖춘 서울의료원에선 병원 간부가 의료진 90여 명에게 메르스 관련 환자를 진료하지 말자는 내용의 지침을 e메일로 회람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위기일수록 병원들은 공적 의무를 앞세우면서 헌신적으로 의료 윤리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8일 홈페이지를 통해 메르스 자가격리대상자 150명의 개인정보를 11시간 동안 유출한 사건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현재 메르스에 대처하는 의료인들이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한다. 군 의료인력을 투입한다는데,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용 음압병실 부족에도 빈틈없이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서 메르스 잔불 정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