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쉬운 대통령 방미 연기, 메르스 진화에 최선 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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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14~18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연기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어제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 등 국민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상호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방미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익을 생각하면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녀오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그러나 외치보다 국민안전을 중시한 판단의 결과라고 보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정부는 이번 주가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어제도 확진 환자 13명이 발생, 지난달 20일 이후 확인된 환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방미를 앞둔 대통령으로선 의당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연기나 취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데다 국민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정상 간 약속을 못 지키는 데 대한 부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박하고 불가피한 국내 사정 때문에 해외 순방을 연기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정부 기능이 정지되는 셧다운의 여파로 아시아 순방을 연기한 바 있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출국 취소가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사실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이 국내에 있고 없고가 사태 해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는 컨트롤타워에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맡기고 최대한 신속하게 다녀오는 것이 낫다고 봤던 것이다.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란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왕 방미를 연기한 이상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조기 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간을 번 외교 당국은 더욱 철저한 준비로 실속 있는 방미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보여주기식 방문이 아니라 꽉 막힌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역사적 방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