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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하던 신부님, 신자들이 영성체 피하자 “메르스 아니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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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일상 생활에서 ‘메우세(메르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메르스를 피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회사나 학교에서도 자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학부모 사이에선 ‘등교 전엔 마스크와 비타민, 하교 후엔 체열’이 기본 공식으로 통하고 있다. 2000여 개 학교가 휴업을 택했지만 정상 등교하는 학교가 더 많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메르스와 관계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예방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중3, 고2, 대학원생 세 자녀를 둔 주부 김모(51)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알코올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주문했고 감기와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비타민 네 종류를 사놨다”며 “비타민을 끼니별로 먹을 수 있도록 표시해 아이들 책가방에 담아준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귀가하는 대로 아이들 손을 씻게 하고 체온을 꼭 잰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고 꼭 가야 할 때도 접촉을 최소화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성당 미사에 참여한 이모(48·대전)씨는 신부님이 손으로 나눠주는 영성체를 받지 않았다. 신부님이 계속 기침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적잖은 신도가 이날 영성체를 피하자 신부님은 “걱정 마세요. 저 메르스 아닙니다”며 웃었다고 한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권장했던 삼성전자 환경안전센터는 당분간 기존에 진행되던 점심시간 산책 ‘원천천 걷기 프로그램’을 무기한 연기했다.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한국에 가도 괜찮냐”는 해외 바이어들의 걱정 때문에 ‘외부인을 만날 때는 악수 대신 눈 인사로 응대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맥도날드는 사업장마다 손 세정제를 추가로 비치하고 출근 시 체온을 잰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술잔 돌리기는 금지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평촌의 약사 이모(59)씨는 “‘내일 병원을 가야 한다’며 마스크를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을 가기 위해 약국에 먼저 들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했다. 아이가 아픈데 엄마만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 소아과 의사 N씨는 "환자를 보지 않고 약을 처방하는 건 불법이지만 감기 재진 환자인 데다 부모가 너무 불안해해 약을 처방해줬다”고 말했다.

 경찰 신고도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 대치지구대는 메르스가 퍼지기 전보다 신고 건수가 약 20% 줄었고 화곡지구대는 출동건수가 30%,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는 20%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모임이나 술자리가 대폭 줄면서 경찰서가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관중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야구·축구·남자농구·여자농구·배구 등 프로스포츠 관련 협회 실무진은 리그 일정 중단, 무관중 경기 같은 고강도 대책도 고민했다. 지난 7일 프로야구 5경기 총 관중은 4만3468명(경기당 8694명)으로 올 시즌 일요일 경기 평균 관중에 비해 33.6% 감소했다. 프로축구는 6~7일 6개 구장 평균 관중 5350명으로 이전보다 39.7% 줄었다. 하지만 실무진은 지난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한 결과 우선 메르스 확산 방지에 적극 협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상도 급감했다. 특히 메르스가 발생한 이마트 동탄점은 1~6일의 매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고 밝혔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6~7일) 전국 관람객 수는 122만4786명으로 메르스 공포가 퍼지기 전인 2주 전(5월 23~24일)보다 38% 감소했다.

채윤경·송지훈·김민관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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