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일 잘하고 책임감 강해” … 북한 노동자 러시아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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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에게 북한 노동자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에 발간한 ‘남-북-러 삼각 경제협력 방안 연구’에 그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산업연구원은 “북한 노동자들은 엄격한 내부 통제로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진 근로자들인 만큼 법규를 잘 준수하고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는 러시아 관리 입에서도 나온다. 막심 세레이킨 러시아 극동개발부 차관은 지난 4월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노동력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노동자는 임금이 저렴하고 규율이 잘 잡혀 있고 북한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어 통제가 쉽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의 인기는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실망과도 맞물려 있다.

 러시아 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외국인 고용 허가를 받은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8만62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터키인이 5만4730명, 그 다음이 북한으로 4만7364명이다.

 하지만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은 점점 따가워지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이 농지용 토지를 오염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르주 지방 정부는 2013년 아예 중국인 노동자들을 거부했고, 연해주 지방 정부는 중국보다 북한 노동자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고 발표까지 했다. 러시아 중앙정부까지 2013년 농업 분야의 중국인 노동자 유입을 거부했고, 임업 분야의 중국인 노동자 쿼터를 없앴다. 세레이킨 차관은 “중국 노동자를 대체할 방안으로 북한 노동자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정부가 극동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게 된 측면도 있다.

 러시아는 2013년 3월 ‘2025년까지의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경제 건설(극동개발계획)’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자원가공산업 육성 ▶인프라 건설 ▶농업 및 농산물 가공 등이다. 하지만 극동지역의 열악한 생활 환경과 인력 부족으로 러시아 자체적으론 계획을 추진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크림지역 등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이주민들과 러시아 실업자들을 극동으로 이주시키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극동지역의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비 때문에 대부분 시도에 그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터키·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기독교 계열인 러시아정교회를 믿는 러시아인들과 종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진출은 정치적 측면이나 안보 측면에서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북한 노동자의 추가 활용 문제가 최근의 북·러 간 각종 회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건설업이다. 특히 농한기에는 연해주 지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건설 분야에서 일한다. 연해주 건설인 협회 페도렌코 대표는 “현재 연해주에는 북한 건설 노동자를 기반으로 하청을 맡고 있는 15개 회사가 있다”며 “북한 기술자의 비중이 연해주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러가 취소됐지만 북·러 경협은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다. 양국은 지난 4월 27일 북·러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7차 총회를 열고 에너지·무역·관광·인프라 구축·농업 등 다방면에 걸쳐 경협 사업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는 연 500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그 가운데 50~60%는 ‘충성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강제 송금당하고 나머지는 파견 현장감시원, 북한대사관 노동국, 제3국 송출회사 등이 떼어 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손에 쥐는 월급은 70~80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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