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2억명 … 인도, 한국의 ‘엘도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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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에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도 함께했다. 그 뒤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등장했다. 곧이어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사장도 가세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65) 총리를 만나 투자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2억 인구’ 거대시장 인도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연쇄 회동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두 나라 기업인 300여 명이 모인 ‘한국·인도 최고경영자(CEO) 포럼’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은 “양국의 제조업 혁신 대책을 연계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의 하드웨어 산업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한국의 자동차 제조 역량과 인도의 설계력 등 결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화답했다.

 인도 시장이 중국을 이어갈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급부상하고 있다. KOTRA 뉴델리 무역관에 따르면 올 들어 뉴델리·뭄바이·벵갈루루 같은 경제 도시에 글로벌 기업들의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최동석 뉴델리 무역관장은 “최근 인도의 연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1조원에 이르러 39% 급증했을 정도”고 밝혔다. 그 이면엔 인도의 폭풍 성장이 있다. 자동차 시장만 해도 2003년 6700만 대였던 차량이 현재 1억6000만 대로 급증했다. 이날 모디 총리와 만난 정몽구 회장이 “인도 제3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인도의 성장성을 감안한 것이다.

 인도의 가치는 중국 경제가 ‘중속(中速) 성장’에 돌입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부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7.5%를 기록해 중국(6.8%)을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인구의 5%인 5000만 명 중산층이 5년 뒤 2억 명으로 불어나면 의식주를 망라한 모든 산업에서 황금시장이 열린다.

 ‘저성장·저투자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엔 새로운 돌파구다. KOTRA는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헬스케어 등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와 철도·스마트시티 건설 같은 전략 산업에 진출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한국외대 최종찬(인도어과) 교수는 “인도엔 ‘이해조직 기구’들이 발달했고 관료화·부정부패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오리사주(州)에 추진하는 일관 제철소가 대표적이다. 환경단체·주민 마찰에 얽혀 10년째 착공을 못하고 있다.

김준술·이수기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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