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예비군 “사격 때 다 죽일 것” 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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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예비군 훈련을 받던 최모(23)씨가 13일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료 예비군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3명(최씨 포함)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육군 5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10월 전역한 최씨는 B급 관심병사였으며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다고 육군이 밝혔다. 관심병사는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어 지휘관들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병사로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으로 나뉜다.

 육군에 따르면 최씨는 사격장에서 실탄 10발을 지급받아 표적에 한 발을 쏜 뒤 갑자기 총구를 돌려 동료들에게 7발을 쐈다. 육군 관계자는 “최씨가 동료들에게 총을 쏜 뒤 자신의 이마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난 건 1968년 예비군이 창설된 이후 처음이다.

 최씨의 전투복 바지에선 전날(12일)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최씨는 A4용지 2장짜리 유서에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썼다.

 이날 사고로 박모(24)씨가 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했고, 윤모(25)씨는 수술을 받은 뒤 숨졌다. 국방부는 사고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81명의 공동조사단을 꾸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국방부는 14일 긴급 당정협의를 열어 ▶전체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를 전방을 향해 고정시키는 방안 ▶관심병사 출신 예비군에겐 총기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용수·현일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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