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자라는 소녀들…10대 '기능성 브라' 착용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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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1학년생인 정나연(가명·14)양은 친구들보다 큰 가슴때문에 고민이다. 주니어 브래지어 중에선 맞는 사이즈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이즈가 맞다고 해도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브래지어 밖으로 드러나는 군살 때문에 무슨 옷을 입어도 예쁘지 않은 것 같아 애꿎은 엄마에게 불평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청소년들의 발육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능성 브래지어를 찾는 10·20대들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기능성 브래지어는 가슴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체형이 큰 40·50대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엔 또래보다 큰 가슴을 가진 10대 학생들이나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보정력이 좋은 기능성 브래지어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남영비비안의 경우 최근 6개월(2014년11월~2015년4월)간 기능성 브래지어 판매량이 직전 6개월 대비 21% 증가했다. 비비안의 보정속옷 브랜드 BBM의 김현주 대리는 “보정속옷은 고정고객의 구매율이 높아 외부요인에 대한 기복이 크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기능성 브래지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며 “10~20대 젊은 여성들의 기능성 브래지어에 대한 수요가 이에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발표한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에 따르면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79~1982년 10세 여학생의 가슴둘레는 64.2cm였지만 가장 최근인 2010~2013년엔 70.5cm로 6.3cm가 늘었다. 인체치수조사는 5~7년 주기로 실시되며 한 회 조사당 3년에 걸쳐 진행된다. 발육 도달시기도 79년엔 14세가 돼야 가슴둘레가 77.6cm였지만 2010년엔 이미 12세의 가슴둘레가 77.6cm다. 그만큼 학생들의 성장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통상 풍만한 가슴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신체 변화에 민감한 여학생들에게 큰 가슴은 오히려 콤플렉스가 되기도 한다.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학생들을 위한 주니어 브래지어는 대부분 A컵으로, C컵 이상의 가슴 사이즈를 가진 학생들은 선택의 폭 자체가 좁다. 또한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었을 때 브래지어 밖으로 군살이 튀어나와 ‘슬림핏’ 교복을 선호하는 학생들은 ‘엄마의 보정 브래지어를 몰래 훔쳐 입는’경우도 많다.

업체들도 ‘젊은 고객층’을 염두에 둔 기능성 브래지어를 선보이고 있다. 주로 레이스로 덮여있었던 디자인은 레이스에서 심플하고 실용적인 형태로, 색상은 전형적인 스킨·검정 색상에서 파스텔 톤이나 자주색·회색·남색 등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BBM의 지난 3월 한 달간 판매량 상위 5개 제품 중 3개가 레이스 없이 심플한 스타일의 몰드컵 브래지어였다. BBM의 이정경 책임디자이너는 “가슴이 커서 고민인 여학생들은 날개의 폭이 훨씬 넓어 옆구리나 등의 군살을 눌러주고, 컵 부분은 얇은 부직포 원단을 사용해 큰 가슴을 부각시키지 않는 디자인을 좋아한다”며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 아이템이 될수록 기능성 브래지어도 예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 쪽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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