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아베, 주변국과 화해할 진정한 사과 없어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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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워싱턴 의사당으로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를 안내하는 마이클 혼다(왼쪽)와 스티브 이스라엘(오른쪽) 미 하원의원. [워싱턴 신화=뉴시스]

한국 정부가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연설 내용에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노광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참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선 그러한 인식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미 의회 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면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와 신뢰 및 화합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아베 총리의)행동은 그 반대로 나아가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며 “일본은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혹한 인권 유린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주변국과의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아베 총리의 연설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핵심 표현인 ▶식민 지배 ▶침략 ▶통절한 반성 ▶사죄가 포함될 지 여부를 주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연설에는 이중 ‘깊은 반성(deep remorse)’이라는 표현만 들어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역대 총리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핵심 표현은 대부분 빠진 상황”이라며 “위안부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의 뜻이 없다는 점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미·일 동맹은 냉전 시기에 생겨난 양국간 관계”라며 “제3국의 국가 이익과 지역 평화를 해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과 관련, “중국은 일본 정부와 지도자가 역사에 책임지는 태도로 무라야마 담화에 포함된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한 태도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거부해 일부 미국 의원들의 강렬한 비난을 샀다”며 “위안부란 말을 언급하지 않고 부녀자들에 대한 심한 피해란 표현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신화망 홈페이지에는 이 기사를 주요 기사로 배치하지 않고 국제 뉴스란의 서너 번째 기사로 게재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위안부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고 지적했으나 기사 전체의 논조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안효성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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