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무슨 달인가" 질문에 … 이완구 "내겐 잔인한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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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와 ‘성완종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 총리는 “후원금으로 1만원 한 장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4월이 무슨 달인 줄 아세요?”(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잔인한 달 아닙니까? 저에게는 잔인한 달입니다.”(이완구 국무총리)

 “4월은 과학의 달입니다.”(민 의원)

 이완구 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엉뚱한 답변을 내놓자 본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 총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총리는 지난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포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의) 제 이름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곤혹스럽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총리 담화(3월 12일)와 함께 검찰의 경남기업 압수수색(3월 18일)이 시작됐고, 그로 인해 타깃 1번으로 됐다는 섭섭함의 토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3월 22일 (성 전 회장이) 제게 전화해 여러 가지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성 전 회장에게) 국무총리란 자리가 개별사건을 알지 못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억울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설명하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도움을 청했는데 제가 법과 원칙을 너무 강조했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김종필 전 총리와 새누리당 홍문표·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성 전 회장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은 있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의 물음엔 “충청권 여야 의원들로부터 전화도 그렇고(받았고), 구두로도 그렇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관련, 이 총리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이 “성역 없는 수사에 박근혜 대통령도 포함되느냐”고 하자 “말이 지나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리직 사퇴나 직무정지 뒤 검찰 수사를 받으라는 야당의 요구엔 “막중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름이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 직책을 내려놓는다는 건 대단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지역 인사들과 만나 이 총리를 원망하는 말을 했다”는 지난 10일 본지 보도 이후 성 전 회장의 측근인 태안군의회 부의장 등에게 모두 15차례 전화를 걸었다. 야당 의원들이 전화 건 이유를 묻자 이 총리는 “전화를 하다 여러 번 끊어졌다. 실제론 3~4통 했다. (내 얘기가)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안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2012년 대선 때의 역할과 관련, 이 총리는 “2012년 1월 혈액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그해 말까지 투병했다. 관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측이 “대선 때 충남선대위 명예위원장을 맡았고 지원 유세도 했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얼굴이 퉁퉁 부어서 유세장에는 한두 번 간 적은 있지만 선거활동을 할 순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이 “성 전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에 개입하다 이 총리에게 찍혔다는 얘기가 회자된다”고 주장하자 이 총리는 “아무리 음해성이라도 그런 엄청난 얘기를 하나. 저는 대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글=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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