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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1000만 명 시대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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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
최형규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지난주 베이징에서는 한국문화원 주도로 한·중 인적 교류 1000만 돌파 기념식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613만 명,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이 418만 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한복과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旗袍) 패션쇼에서 사물놀이까지 다양한 행사와 공연도 있었는데 모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큰 탈 없는 현재의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유커 1000만 시대가 열릴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게 지속 가능할까. 한국은 “그렇다”고 하겠지만 중국은 “글쎄”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30대 개인 유커의 불만. “한류·쇼핑 다 좋았다. 그러나 ‘치톈(七天)’이 없어 불편했다.” 서방에 세븐데이스인(seven days inn)으로 잘 알려진 치톈은 루자(如家)와 함께 중국 최대 중저가 호텔 체인망이다. 중국 300개 도시에 2500여 개의 호텔이 있고 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했다. 회원은 8000여만 명. 중국식 서비스에 가격도 하루 10만원 안팎이어서 30대 이하 젊은이들이 애용한다.

 얼마 전 치톈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관련 업계에 협력 의사를 타진했다. 답은 “모르는 브랜드다. 현재도 중국인이 많은데 협력할 필요가 있나”라는 핀잔만 들었다. 그는 현재 한국 유커의 66%가 30대 이하의 개인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나온 반응이라고 이해했다. 이어지는 그의 결론. “한국의 이런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1000만 유커는 길어야 2~3년이다.”

 현재 한국의 숙박시설은 고급 호텔의 경우 일본 관광객의 급감으로 공실률이 절반에 가까운 반면 중저가 호텔은 태부족이다. 한 중국 여행사 사장의 불만. “중국 여행업계는 서울과 제주·부산이라는 3개 관광지의 쇼핑과 볼거리 수용 한계를 딱 1000만 명으로 보고 있다. 이를 넘으면 지방으로 유커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인프라 부족이 문제다. 최근 호남선 고속철 개통으로 광주광역시와 전주 등 일부 도시 관광은 가능하지만 숙박과 면세점 등의 시설 부족이 걸린다.”

 이어지는 그의 제안. “유커 전세 고속철을 운용하면 부분적인 유커의 분산은 가능한데 한국 관광업계가 동의할지가 의문이다.” 유커 헤징(위험 분산)이 없다는 말도 중국인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북한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삐끗하면 유커 썰물은 불 보듯 뻔한데 이후 대책이 없어서다.

최근 홍콩에서 중국 반대 시위가 일자 인접한 선전시가 홍콩 방문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는 비자 발급에 나선 것이 좋은 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1000만 명 돌파 축하도 필요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포럼도 같이 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