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시기 싸고 찢어진 미국 Fed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옐런 의장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사분오열됐다. 기준금리 첫 인상 시기를 놓고서다.

 8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록이 실상을 드러냈다.

 회의 멤버 10명 중 몇몇은 “6월 회의 때 금리 정상화를 착수할 경제 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몇몇은 “올해 후반까지는 금리를 인상할 형편이 못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2명은 “2016년은 돼야 금리 인상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Fed는 현재 비둘기파로 넘쳐난다. 경기 회복이 확고해지기 전엔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재닛 옐런 의장의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런데도 Fed가 사분오열된 것은 고용과 물가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3월 FOMC 회의는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가 12만6000개에 그쳤다는 ‘일자리 쇼크’가 발표되기 전에 열렸다. 2월 실업률이 5.5%라는 보고를 받은 Fed 간부들은 고용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고용에 방점을 두는 쪽은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인플레를 중시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Fed의 인플레 지표는 34개월 연속 2% 목표에 미달했다. 2월엔 0.3% 올랐을 뿐이다. 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셈이다. 저조한 인플레는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때문이다. 저유가는 일시적이라는 것이 Fed의 판단이다. 문제는 강달러다. 달러 강세는 수입물가를 끌어내려 물가 상승을 가로막는다. 그런데 강달러는 Fed의 결정과 맞닿아있다. 물가가 올라야 금리를 올리는데,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늉만으로도 달러 강세가 돼 물가가 떨어진다. Fed로선 지독한 딜레마다.

 그런 Fed에게 3월 일자리 쇼크는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준 격이다. 고용시장 호조를 앞세웠던 금리 조기인상론은 논리가 약해졌다. 때맞춰 Fed 간부들이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얘기를 쏟아냈다. 옐런의 복심으로 불리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표들이 충격적으로 하강했다”며 “(6월 금리인상에 대한)빗장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Fed 이사는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경제상황은 올해 후반에나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FOMC 회의록에서 노출된 Fed의 분열이 고용 쇼크로 봉합되는 양상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