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한국대사관 왕건함 피신 … 첫 '함상 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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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건함. 하푼 대함미사일등으로 무장하고 수퍼링스 헬기를 탑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습으로 치안이 불안해진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주예멘대사관 직원들이 철수를 완료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인근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 18진 왕건함에 설치되는 임시 사무소에 상주한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1일 밝혔다.

 아덴만에는 해적 퇴치 및 한국 선박 보호 등을 위해 청해부대가 주둔 중이라 배 위에서 잔류 국민 보호 업무를 맡기로 한 것이다. ‘공관 재배치’ 사태다. 배 위에 한국 공관 임시 사무소가 마련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예멘에는 아직 우리 국민 23명이 4개 지역에 분산돼 체류하고 있다.

 사나엔 5명이 남아 있다. 예멘 시아파 반군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습과 교전 등으로 예멘의 치안은 극도로 불안해진 상황이지만 이들은 현지에 생업 기반을 두고 있어 철수를 거부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현지 상황이 위급해지면 현지인 행정원을 통해 이들을 대사관 지하로 대피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주예멘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은 4명. 이들 중 2명은 지난달 31일 우리 국민 3명이 유엔 항공기를 이용해 인근 국가로 철수한 뒤 사나를 빠져나왔다.

 지난달 28일 1차 교민 8명과 공관원 2명이 유엔 전세기로 철수한 데 이은 2차 철수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왕건함 내 임시 사무소에서 직접 체류 국민과 연락하면서 재외국민 보호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멘에서 361명 사망=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은 1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장악한 남부 알달리의 지대공미사일 발사대와 무기고를 파괴했다고 알아라비야방송이 보도했다. 앞서 후티는 지난달 31일 예멘 남부 홍해에 인접한 바브 알만데브 기지를 점령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내전과 아랍 연합군 공습으로 361명이 죽고 134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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