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영어·수학B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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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고3이 치르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수학B형과 영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능 영어는 2017학년도까지 EBS 교재와 70% 연계하되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옮겨 출제하는 문항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위원장 김신영 한국외대 교수)는 17일 서울교대에서 공청회를 열고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방안을 확정해 6월 수능 모의평가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수능 난이도를 변별력 있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한석수 대학정책실장은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과도하게 발생해 실력이 아닌 실수 여부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수능분석위원회를 통해 응시집단을 분석해 난이도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B형은 만점자가 역대 최고인 4.3%에 달해 만점을 받아야 1등급에 들었다. 영어도 만점자 비율이 3.37%나 돼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리면 2등급을 받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 수능에선 수학B형 등 지난해 쉬웠던 과목이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BS 영어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교재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경쟁을 해왔다. 한 수험생은 “학교에서 EBS 교재를 쓰고 학원도 지문 300개를 뽑아 외우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문이 한글로 번역해도 뜻을 알 수 없는 수준이어서 영어 교육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EBS 교재와 수능 영어 70% 연계 정책을 2017학년도까지는 유지하기로 했다. 2013년 10월 정부가 해당 시점까지 연계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 수험생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지문 활용 방안은 ▶2017학년도까지 현행 유지 ▶지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율은 2016학년도 50%, 2017학년도 30%로 단계적 축소 ▶주제 파악이나 세부 정보를 묻는 문항에서만 지문 그대로 사용하지 않기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해 이달 말 그중 하나를 선택키로 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EBS 교재 밖의 지문이 많아지면 수능 영어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에 대해 수험생 김모(17)군은 “현재 고1, 2, 3이 모두 다른 수능을 치르는데 EBS 연계 방안까지 또 바뀐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고3 자녀를 둔 이모(47)씨는 “수능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아는 것 아니냐. 매년 바뀌는 입시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수능 오류를 줄이기 위해 탐구영역 출제기간을 이틀 늘리고 출제인원을 확대키로 했다. 출제위원단과 검토위원단을 이원화하고 검토진이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는데도 수정되지 않는 문항은 아예 빼도록 했다.

김성탁·천인성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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