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사드 반대'에 앞서 북 비핵화 노력부터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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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그저께 서울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사전에 조율한 의제에 사드는 없었다. 그런데도 류 부장조리는 불쑥 사드를 거론하며 한·중 관계 훼손 가능성을 암시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까지 했다. 외교적 결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경제제재 카드까지 암시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압적인 어조로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 의원이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았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추 대사는 대답 없이 ‘사드 반대’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억지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사드를 자체 도입할 의사가 없고, 미국도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설사 사드가 배치돼도 미국이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군 동향을 감시할 것이란 중국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레이더망 유효반경을 600㎞ 선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상식에 벗어난 강압외교를 펴는 배경이 우려된다. 사드 논란을 고리로 한국을 자기 편에 서도록 강요해 한·미 동맹의 근간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이 읽히기 때문이다. 사드는 이런 강대국 간 패권다툼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북핵 억지 차원에서 한국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따지고 보면 사드 논란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해 온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북핵이 없어지면 사드가 배치될 이유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중국은 한국의 안보주권을 침해하며 강압외교를 펼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진심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정부도 중국에 우리 입장을 당당히 설명하고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