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처우개선이 더 효과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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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환
한국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

국회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아동학대에 대한 여러 대책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중 국회 부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CCTV 의무설치’조항이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본다.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토론을 했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을 비롯하여 국회 전문위원 보고서 등에서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였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이 크다. 초·중·고교에서 한 해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약 2만여 건에 달한다. 학생 1천명당 2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14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67건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이용 아동 1천명 당 0.2 건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각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하려 한다면,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교육 현장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과, 만 0~5세 아동의 경우 같은 월령에도 발달 수준의 차이가 큰데, 이러한 발달 상황이 고스란히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 역시 아동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역시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여 학부모가 원하는 때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다는 점은 언뜻 좋아 보일 수 있으나, 교사의 수업 활동을 보며 ‘왜 우리 아이는 제대로 챙겨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칠 것이며, 아동 간의 단순한 다툼에도 부모간의 갈등으로 번져 보육 현장이 혼란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

이와 함께‘열람’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CCTV에 촬영된 정보주체 전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보호자가 아동의 학대가 의심된다면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 위반 및 위헌의 소지가 지적되었다.

이렇게 드러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론이 어린이집을 신뢰하고,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전제조건을 CCTV라고 생각한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의무설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또한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학부모님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아이들을 살피고,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경영의 자세로, ‘진정한 공동 보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운영할 대안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해답은 보육현장의 정상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에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주장하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보육 교직원들의 1일 8시간 근무제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1일 12시간 운영원칙을 1일 8시간 운영원칙에 4시간 추가운영제로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치원과 같이 ‘방과후 교실’ 제도와 유사한 개념으로 변경하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임금 현실화를 통한 사기진작과 우수교사의 현장 유입을 촉진이다. 정부에서 아동 1인당 보육비용을 조사한‘표준보육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 지원액으로, 보육교사들은 아직도 140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어린이집의 보육료 현실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보육료 지원 예산을 확대하여 지난 5년간 지속되어 온 저가보육 정책을 해소해야만 가능하다.

아동학대 없는 양질의 보육을 위한 근본 대책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원가이하의 저가보육정책, 교사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보육 현장 정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다. 영유아가 행복한 보육환경을 위해서는 CCTV 설치 강제보다는 교사처우 개선대책이 더 시급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다.

장진환 한국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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