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부위, 수술시간, 병원까지 … 어쩜 그렇게 비슷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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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리퍼트 대사를 문병한 뒤 병원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서 2006년 수술을 받았던 자신의 뺨을 만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5월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커터 칼 피습을 당해 이곳 세브란스병원에서 오른뺨 봉합수술을 받았다. 왼쪽부터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박 대통령, 유대현 연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병문안했다. 7박9일간의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가 입원 중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직행했다.

 박 대통령은 병원 20층 입원실에 들어서자마자 리퍼트 대사와 반갑게 악수하며 “중동 순방 중 대사님 피습 소식을 듣고 정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저도 2006년에 비슷한 일을 당해 바로 이 병원에서 두 시간 반 수술을 받았는데, 대사님도 같은 일을 당하셨다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촌 유세 도중 오른쪽 얼굴에 커터 칼로 테러를 당해 60여 바늘을 꿰맸다. 리퍼트 대사 또한 오른쪽 얼굴을 80여 바늘을 꿰매는 봉합수술을 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전한 문답.

 ▶박 대통령=“그때 의료진이 ‘하늘이 도왔다’는 말씀을 했는데 이번에도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고 들었다. 뭔가 하늘의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 저는 ‘앞으로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 대사님께서도 앞으로 나라와 한·미 동맹을 위해 많은 일을 해주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 대사님이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양국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다. 오히려 한·미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병상에서 (트위터에 올린)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보고 우리 국민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빨리 쾌차하셔서 한·미 관계와 양국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영원히 같이 갔으면 한다.”

 ▶리퍼트 대사=“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도 큰 인연이다. 박 대통령님,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보여준 관심과 위로에 저는 물론 아내도 큰 축복이라고 느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저도 이제 덤으로 얻은 인생과 시간을 가족과 한·미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박 대통령=“어쩌면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 상처 부위도 그렇고, 두 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은 것도 그렇고…. 당시 의료진이 ‘얼굴의 상처가 조금만 더 길고 더 깊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했는데 어쩜 그것도 그렇게 비슷한지.”

 ▶리퍼트 대사=“저는 대통령께 많은 빚을 졌다. 이곳 의료진들이 대통령님을 수술한 경험이 있어 저를 수술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했다. 덕분에 더 안전한 수술을 받고 수술 결과도 좋게 됐다. 여러모로 빚을 진 것 같다.”

귀국하자마자 리퍼트 찾은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를 위로했다. 왼쪽부터 리퍼트 대사, 한 명 건너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박 대통령, 인요한 국제진료센터장. [사진 청와대]

 리퍼트 대사를 10분간 위로한 박 대통령은 “빨리 회복하시길 기대하겠다”고 인사를 한 뒤 정갑영 연세대 총장과 윤보흠 병원장, 인요한 국제진료센터장 등을 만나 “후유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미 위로 전화를 했는데도 직접 병문안을 한 건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직접 보여준 것”이라며 “비슷한 테러를 당한 인간적 애틋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느냐”며 “철저히 조사해야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이어 병실을 찾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동맹이 더욱 강건해질 것이라고 (리퍼트 대사가)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영화 ‘명량’을 보고 싶어 하는 리퍼트 대사에게 거북선 모형을 선물했다.

허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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