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지역에 돈만 던져줘선 불평등 못 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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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01면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기술의 발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철저한 교육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57)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사공일 본사 고문과 진행한 대담에서 그같이 말하며 “빈민 지역에 돈만 던져 주는 방식으로는 교육 격차,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버드大 맨큐 교수-사공일, 세계 경제를 논하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세나 복지제도는 이미 나타난 증상에 대응하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그는 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의 증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담은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그는 2003년 45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맡았다.

맨큐는 “불평등은 지난 40년에 걸쳐 생겨난 현상이므로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올 초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사공 고문이 “자산가 워런 버핏은 비서의 납세율이 자기보다 높다고 한다”고 하자 맨큐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진세제를 채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부자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선 “일각에서 주장하듯 인플레이션 조짐이 확연할 때까지 (인상시기를) 기다리면 실기(失期)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는 반드시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그의 지도교수였던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사공 고문과의 대담에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 것과는 반대 의견이다.

맨큐의 주장을 입증하듯 미국 노동부는 6일(현지시간)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계절조정)가 29만5000명을 기록해 12개월 연속 20만 명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20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이로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6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업률은 2008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5.5%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완전고용 범위(5.2~5.5%)의 상단에 일치한다”고 전했다.

맨큐 교수는 또 이미 7판까지 나온 『맨큐의 경제학』에 대한 개정작업을 올여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공 고문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용어나 정책 측면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고 하자 “기존의 책에 등장하지 않았던 ‘레버리지(leverage)’ 같은 개념을 포함해 광범위한 개정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자본에 대한 세금은 세율 책정 과정이 가장 왜곡된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소득보다 소비에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누진적 소비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저임금제나 최저임금 인상 노력은 고용주들에게 부담을 지워 비숙련 노동자를 회피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를 추천했다.

맨큐 교수는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는 한국의 교육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공 고문은 “공교육의 질이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교육이 등장했고, 사교육 열풍은 세대 간 소득 분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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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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