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스라엘 총리 연설 보고 "새로울 게 없다" 폄하

중앙일보

입력

맹방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워싱턴에서 정면 충돌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현지시간) 이란이 북한처럼 핵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이란과의 핵 협상을 강경 비판했다. 백악관을 거치지 않고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과의 협의 만으로 강행한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쫓아 내고 그 후 핵 무기를 개발했다”며 “이란도 북한처럼 감시 카메라를 없애고 사찰단과 숨고 속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과의 핵 협상은 아주 나쁜 협상으로 나쁜 협상 보다는 협상을 안하는 게 낫다”며 “지금의 핵 협상으로는 이란의 핵 무장을 막을 수 없고 이란이 더 많은 핵 무기를 갖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이란이 참여하고 데 대해서도 “적(IS)의 적(이란)일지라도 미국의 적”이라며 “IS와 이란이 싸운다 해서 이란이 미국의 친구로 변하지는 않으니 속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원고를 봤는데 연설은 새로울 게 없었다”고 일축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에 대한 모욕인 이번 연설에 슬픔을 느꼈다”고 성명을 냈다. 이날 연설에 민주당 의원 56명이 불참했다고 의회 전문지 힐이 전했다.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해외 순방을 이유로 출국해 그의 자리엔 상원 공화당에서 최다 선수를 기록해 임시 의장을 맡고 있는 오린 해치(7선) 의원이 앉는 등 ‘반쪽 연설’이 됐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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