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투기자본 감시자가 8억을 뜯어내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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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가 체포됐다. 감시 대상인 론스타 유희원 대표로부터 2011년 무려 8억원을 받은 혐의다. 장 대표는 거액을 받은 대가로 성명서에서 유 대표의 이름을 빼주고 법원에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까지 보냈다고 한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편에서 정부·기업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비판의 날을 세우려면 자기부터 투명해져야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인사가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리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도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최 대표는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체 대표로부터 현금으로 돈을 받았고 경기도지사와 관련 공무원에게 산업단지 조성을 부탁한 점으로 미뤄 순수한 차용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장 대표의 개인 비리다. 하지만 투기자본감시센터엔 전혀 책임이 없을까. 감시센터는 론스타를 검찰에 처음 고발한 당사자다. 이 단체가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면 론스타 대표의 이름을 성명서에서 빼고 법원에 탄원서를 보내는 행위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를 몰랐다고 해도 문제고, 알고 묵인했다면 더 큰 문제다. 장 대표처럼 정치권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시민단체를 주도하게 놔둬서도 안 된다. 장 대표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으며 안철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들어간 적도 있다. 시민단체를 정치권이나 정부·공기업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삼는다면 그 신뢰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때는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컸다.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각료로 임명돼 정책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5년 서울에서 개막한 정부혁신 세계포럼에 참석한 세계투명성기구 페터 아이겐 회장은 국가가 투명해지려면 시민단체부터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처럼 시민단체가 시민세력을 대변하려면 먼저 의사 결정과 회계의 투명성,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