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쉴 새 없이 분업·협업 … 상황 따라 시장파괴형 사업모델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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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말 미국 스마트폰 평가 사이트인 엔가젯 홈페이지엔 스마트폰 ‘성적표’가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4일 기준으로 작성된 평가랭킹 1위에 오른 기업은 HTC였다. 2위는 LG전자의 G3. 3위는 중국 오포(Oppo)의 자회사인 원플러스가 내놓은 원(One)이었다. 놀랄만한 것은 글로벌 선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력브랜드들의 최신 폰 랭킹보다 앞섰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국 IT 기업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원’ 브랜드의 홈페이지는 아예 영어로 도배됐고, 광고 모델은 서구인에 회사의 정체성은 아예 미국의 혁신기업으로 설정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타’로 분류됐지만 알고보면 10위권에 오를 만한 저력을 갖고 있는 잠룡 5곳 가운데 4곳은 중국계 기업이다. 왜 중국 기업은 이토록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인을 ‘역동적 사업모델’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기존 전략을 고수한 데 반해 이들 기업들은 “사업모델을 ‘변수’로 삼아 분업과 협업을 계속했다”는 설명이다. 박래정 수석연구위원도 “한국이나 일본과 전혀 다른 시장파괴형 사업모델을 내세운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알리바바’를 일례로 들었다. 알리바바는 인터넷 상거래 업체로 시작해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물류에 투자했다. 최근엔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운영체제인 ‘알리OS’를 앞세워 스마트 가전 시장까지 손을 뻗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업체인 텅쉰 역시 온라인 가전 유토업체인 ‘징동’과 제휴했고, 샤오미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그는 “중국의 로컬기업들이 운영체제,컨텐츠 분야로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책임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이합집산이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시장의 주류가 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현재 사업모델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전략의 ‘변수’로서 다양한 협업을 통한 변화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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