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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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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는 머리가 커서 대두어(大頭魚)라고도 부른다. 입이 커 다양한 먹이를 소화해 맛과 영양이 좋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대구는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으며 기(氣)를 보충한다”고 적혀 있다.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해 피부 미용에 좋다. 단백질은 17.6% 함유돼 있지만 지방은 0.5%에 불과한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대구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기도 하다. 알·아가미·창자는 젓갈로 쓰고 뼈는 푹 고아 시원한 국물을 낸다. 아가미젓은 무김치에 더하면 독특한 발효향이 있다. 대구는 회로 먹기도 하는데 어민들은 생대구 회보다 5일 정도 말린 대구 회를 더 맛있다고 한다. 말리는 동안 아미노산이 더 많아져 감칠맛이 더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대구탕도 이렇게 말린 것으로 끓이는 게 낫다. 머리는 먹을 것이 별로 없지만 매운탕을 할 때 푹 끓여 쓰면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대구포는 씹어 먹는 재미도 쏠쏠해 겨울밤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대구는 일제 강점기까지만 하더라도 아주 흔한 생선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서부터 어획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귀한 몸’ 대접을 받았다. 정부에서는 86년부터 대구 어족 자원 회복을 위해 인공 수정란 방류 사업을 벌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번 줄어든 대구는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진해만 어항에서 대구 한 마리에 20만~30만원씩 하기도 했다.

 다행히 2006년 겨울부터 대구 어획량이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20%가량 늘면서 가격도 소폭 내렸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왕대구(2.5~3㎏)를 100g당 1000~12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구도연 홈플러스 과장은 “대구는 크기가 클수록 좋다”며 “아가미를 열었을 때 벌겋게 보이면 싱싱한 대구”라고 귀띔했다. 북반구 한류 바다에 서식하는 대구는 국내 연안에서는 동해를 중심으로 겨울에는 남해까지 회유한다. 하지만 산란기인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날이 추울수록 깊은 맛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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