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최대 주주 금호산업 누구 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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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명실상부한 그룹 오너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30일 금호산업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인수전이 본격 개시되면서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 회장은 무조건 인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자금력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30일 보유 중인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 57.6%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채권단은 2월 25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7, 8월께 인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자금 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말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와 함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상태에 빠지면서 경영권을 내놓았다.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복귀한 건 거의 4년이 지난 2013년 11월의 일이었다. 이번 지분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호산업뿐 아니라 사실상의 그룹 오너로 복귀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갖게 되면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분 인수에 성공해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경쟁자보다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크아웃을 하면서 금호산업 지분 매각 시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동원 가능 자금이 1500억~2000억원 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쟁이 심화할 경우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이 ‘큰 걱정할 필요 없다. 다 잘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며 “구성원 입장에선 기존의 오너십이 유지되는 게 아무래도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잠재적 인수 경쟁자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지난해 금호산업 지분을 6.16% 인수했던 호반건설이 주목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여유자금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식 매입은 단순 투자 목적이었고 최근 34만8000주(1.21%)를 처분하기도 했다”며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금호산업이나 관련 계열사를 탐낸다는 소문도 있어 인수전이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박진석·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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