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은혜, 신장기증으로 갚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노낭 살게마심 (‘나누며 살아요’의 제주 방언)” 신장 이식수술을 마치고 입원실로 옮긴 이득만(59·사진)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이씨는 지난 21일 얼굴도 모르는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해 올해 첫 ‘생존시 장기 기증자’가 됐다.

 이씨가 나눔을 실천한 건 20여 년 전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20년 전 이씨는 일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다. 위에 천공이 생겨 수술이 급했지만 작은 병원들은 이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때 동료들이 1시간 넘게 달려 이씨를 병원에 데려갔고 형편이 어려운 이씨를 위해 수술비도 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저를 도와준 사람들처럼 나도 남을 도와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죠.”

 그때부터 이씨는 난치병 환자들을 후원하고 각종 봉사활동을 해왔다. 자신의 택시 손님들에게 장기기증을 홍보해온 이씨는 새해를 맞아 직접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씨는 “승객들에게 직접 기증 경험담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의 신장은 12년간 투병생활을 한 40대 여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됐다.

김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