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많으면 더 내라 … 아이고야, 연말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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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중견기업 차장 박모(41)씨는 주말 내내 한숨만 푹푹 쉬었다. 회사 인사팀의 요청에 따라 22일까지 연말정산 공제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달라진 소득세법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다. 박씨는 “2013년 소득분을 정산할 때까지는 할만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복잡해져서 연말정산 서류를 보고 있으면 짜증부터 난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연말정산 마감일이 이번 주에 집중되면서 1800만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한층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연말정산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공제요건이 지각변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말정산의 기본 틀이 종전의 소득공제에서 소득공제·세액공제로 이원화하고 요건들이 복잡해졌다.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월급’아니라 ‘13월의 울화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Q&A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한 직장인이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사이트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문: 우선 공제 방식 변화부터 알고싶다.

 답:기존에는 소득금액의 일정 부분을 줄여주는 소득공제가 원칙이었다. 이번(2014년 소득분)부터는 의료비·교육비·기부금은 세액공제로 전환된다. 연간 소득에 대해 산출된 세금을 직접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세액공제율이 12~15%의 낮은 수준에서 적용된다. 아무래도 소득공제 때보다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이유는 고소득자에게 세금부담을 늘리기 위해서였는데 중견기업 차장 박씨처럼 평범한 시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는 셈이다.

 문: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영향을 받게 되나.

 답: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맞벌이를 하는 여성에게 적용되는 부녀자공제의 적용대상이 크게 축소된다. 이번부터는 직장 다니는 남편이 있는 여성의 종합소득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부녀자공제를 신청할 수 없다. 종합소득금액은 근로소득공제가 적용되기 전 연봉 기준으로는 4000만원가량이다. 부녀자공제는 소득공제 50만원이다. 연봉 4000만원이면 과표가 15%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연말정산에서 환급액 7만5000원(50만원X15%)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아내의 연봉이 많을 수록 환급액은 더 줄어들게 된다. 여성인력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역행하는 결과다.

 문: 아내가 파트타임 일을 하는데.

 답:이런 경우에도 영향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총급여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이 낮아졌다. 총급여 500만원 이하는 종전 80%에서 이번에는 70%로 낮아지고, 500만~1500만원은 50%에서 40%로 낮아지는 식이다. 이럴 경우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벌어들인 총급여가 333만원(과표의 기준으로는 100만원)을 초과하면 가족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적공제에서 배우자는 150만원 공제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과표 24% 적용구간 직장인이라면 환급액 36만원이 줄어든다. 아내가 연봉 334만원을 벌었다면 한달치는 세금으로 내는 거나 다름 없는 셈이다.

 문: 아이를 많이 키우는 다자녀 가족은.

 답: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6세 이하 자녀가 셋 이상이면 환급액이 크게 줄어든다. 종전에는 6세 이하 아이가 있는 근로소득자는 1명당 100만원씩 모두 3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연봉 6500만원(과표 기준으로는 5200만원 가량)을 받는 40대 초반 근로소득자 A씨의 경우 과표 구간 24%에 적용될 경우 72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부터 자녀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혜택이 줄어든다. 정액으로 적용된다. 한 명은 15만원이고, 두 명은 30만원이다. 셋 이면 50만원이다. 결국 A씨는 연말정산 환급액이 22만원 줄어들게 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정부 지원금이 커지는 일본·프랑스 같은 선진국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의 결과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9%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4개 회원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는 한때 저출산 국가였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따라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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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연금저축·연금신탁·연금펀드 소득공제는 변동이 없지 않나.

 답:아니다. 평범한 직장은 대부분 환급액이 줄어들테니 잘 확인해야 한다. 종전에는 4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았다. 이번에는 12%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연봉 7500만원(과표는 6500만원가량)을 받는 중견기업 B 부장은 지난해 세율 24%를 적용받아 96만원을 돌려받았다. 세율 구간 24% 납세자의 실효세율이 18%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환급액은 72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액공제 12%가 적용되면 환급액이 48만원으로 줄어든다. 종전의 실질 환급액과 비교해도 24만원을 토해내는 셈이다. 이 역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중산층의 노후 보장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후퇴라고 봐야 한다. 기초연금(최대 20만원)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용돈 수준이라는 점에서 개인이 쌓는 사적연금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올해부터는 오히려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 과다공제를 주의해야 한다는데.

 답:이번부터 혜택이 줄지만, 터무니 없이 부풀려서 공제를 받으면 뒷감당이 어렵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다음달 개통하는 차세대국세행정전산망이 족집게처럼 과다공제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다공제에 대해서는 공제금액을 토해내는 건 물론이고 가산세 10%까지 내야한다.

 문: 가장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답:종교단체 기부금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후검증 1순위여서 부풀렸다면 반드시 뒷탈이 난다. 지난해 부풀린 연말정산 적발 건수가 20만 건에 달했다. 연말 연초에 점집을 찾아 사주·궁합·택일·작명과 관련한 대가성 비용을 지출하고 발급받은 영수증을 받아와서 기부금영수증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제가 안 된다.

 문: 주택관련 공제도 헷갈린다.

 답: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공제를 주의해야 한다. 등기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 차입 및 저당을 설정하고 ‘취득시 기준시가 4억원 이하’가 대상이다. 2013년 12월 31일 이전 주택에 대해서는 3억원 이하가 적용을 받는다. 주민등록표등본을 통해 과세기간 종료일 현재 세대주(세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 주택마련저축공제는 어떻게 되나.

 답: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 비과세는 2012년 납입분까지 적용된다. 2013년 납입분부터는 공제 안 되는데도 자꾸 공제를 신청하고 있는데 괜히 과다공제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문: 기본소득공제 대상자로 등록된 형제·자매의 신용카드 영수증은.

 답:인적공제는 받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안 된다. 남편이 자녀의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아내가 그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때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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