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하나-외환은행 통합 조건 수정 "노사 합의 없이도 승인 절차 진행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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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노사 대립에 6개월여를 끌어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통합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노사 합의를 요구해 온 금융당국이 합의 없이도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서면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문제와 관련“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신 위원장은“지금이라도 회사를 위해 노사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며 양측의 타협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입장은 기존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이 양 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신 위원장은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2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사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약속한 기존 합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사 협상은 뚜렷한 진척이 없었다.

지난해말에는 금융위의 중재로 통합을 위한 대화기구를 구성하자는 데 양측이 구두합의했지만 최종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측이 무기계약직을 전원 정규직화하고 임금과 승진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요구 등을 하면서 대화가 중단되면서다. 금융당국의 ‘선회’는 이에 대한 실망감과 경고로 해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합의에 서명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세부 전제 조건을 들고 나오는 건 다분히 시간을 끌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의 ‘최후통첩’에 노사 양측은 일단 대화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사측에 앞으로 60일간 ▶통합여부▶통합원칙▶인사원칙 등에 대한 협상을 벌여 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진정성있는 대화라면 굳이 60일이라는 기간이 필요할지 의문”이라면서 “이달내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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