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에서 「세미나식」으로-달라지는 대학강의실|청산유수「명강의」없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새봄과 함께 대학캠퍼스에 소리없는 변혁이 일고 있다. 교수는 말하면 학생은 듣고 기록해온 「주임식강의」가 교수와 학생이 모두 참여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식 강의」로 바뀌고 있다. 성적평가방법도 중간·기말고사만으로 해온 「단순평가」에서 수업시간중의 퀴즈·발표·질의 답변과 과제물점수까지 추가하는 「종합평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학사 반세기만에 달라지고있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과 성적평가방법은 어떤것인지 그 세부 내용을 알아본다. <권순용기자>
새로운 교수평가방법은 81년 부산대가 구미각대학을 모델로 우리실정에 맞게 개발, 2년간의 실험운영을 통해 완성했다. 지난2월에 실시한 실험운영결과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당국의 평가다.
즉 ▲교과서를 끝까지 배울수 있었고 ▲학생의 발표능력이 향상됐으며 ▲중간·기말시험성적격차가 좁혀졌고 ▲출석률이 거의 1백%에 이르렀다.
학생반응도 첫학기에는 부정적이었으나 두 번째학기부터는 협조적이었다.
문교부는 최근 그결과를 다시 종합검토, 전국98개대학에 이의 적용을 권장했고, 이에따라 새로운교수-평가방법은 이번학기부터 각대학으로 확대되고있다.
부산대는 이번학기부터 5백70명의 교수가 모든 개강과목에 이같은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서울대가 9과목, 연대 및 동국대·성균관대·숭전대·덕성여대가 일부과목을 이같은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미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화돼있는 이같은 교수-학습방법은 우리의 경우, 교수1인당 학생수의 과중, 과목당 수강인원과다, 수업활동을 돕는 조교의 절대수부족, 참고도서 미흡 등으로 모든 대학이 당장 실시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지않다.
문홍주 부산대총장은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이방법의 성패는 교수의 호응여부에 달렸다』면서 『공부를 안하고는 못배기게 만들때 생기는 학생의 저항을 교수들이 열의와 근면으로 극복하기만하면 반드시 여건 때문에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같은 새 교수-학습방법에서는 교수는 강의시간별로 치밀한 교수계획표를 미리 작성해야하고, 학생이 예습하고 복습하도록 지도해야하며 학생은 시간별로 지정된 참고도서를 읽고 발표하며 리프트를 내는 등 쉴새없이 시달려야한다.
문교부가 이를 전국대학에 권장한것도 일방적으로 듣기만해온 강의방법이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의욕을 외면한채 공부하지않는 대학생을 만들고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교수 계획표>
교수는 사전에 한학기 강의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 학생에게 배부한다.
교수계획표에는 ▲대강의 강의줄거리 ▲강의진행방법 ▲교재 및 참고문헌소개 ▲1주간씩의 학습계획 ▲구체적인 평가방법과 기준 등을 명시해야한다.

<문제점>
졸업정원제이후 교수의 학생에 대한 부담이 특히 과중해져 강의실에서는 물론, 학생의 리포트나 수시시험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1인당 학생비가 20명이내가 되고, 교수를 도울 수 있는 전임조교가 1인당 1명이상 확보돼야 한다.
평균 교수1인당 학생수가 40명에 이르고, 조교도 한학과에 1명정도밖에 없는 우리대학에서 이같은 교수-학습방법도입은 전적으로 교수의 열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학습여건도 문제다.
예습과 복습을 위한 참고도서가 빈약한 현재의 대학여건으로는 전과목을 이같은 방법으로 할 경우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현재여건에서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습방법을 시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가 이에 미쳐야한다』는 것이 대학측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따라서 모든 대학이 당장에 이같은 방법을 금방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신이 공부한 이같은 방법을 적용하고 있어 해가 지날수록 대학강의실은 그같은 방향으로 점점 변해 갈것이라고 대학측은 보고있다.
일방적인 교수의 주입식강의를 듣고, 노트를 했다가 이를 암기, 시험에 그대로 쏟아내 좋은 점수를 받고 졸업하던 대학강의실은 어떻든 스스로 자료를 챙기고 발표하고 리포트를 써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평가방법|그룹별 리포트제출, 토론·질의·응답|정기고사는 60%…평소활동 종합평가>
클라스의 규모, 교과목의 성격에따라 용통성있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종래 「명강의」로 통하던 교수의 해박한 지식이나 구수한 말솜씨자랑은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이 쉴새없이 활동하도록 안내하고 돕는 일이 교수의 주임무가 된다.
◇공통방법=교과서를 선택할때부터 자율학습이 가능한 것으로 정한다. 구입해야하는 참고서는 복사를해 모든 학생이 경제적 부담없이 대출받을수 있도록 준비한다.
학생들이 질문·응답·발표할 기회를 충분히 배려하고, 교수는 적당한 때에 보완, 정리해 준다. 다음시간의 강의내용, 범위와 예습방법도 일러준다.
강의시간중에 주요내용을 무작위로 추출한 학생에게 질문, 학생이 주체가 되는 강의를 진행한다. 예습점검을 위해 예고없이 5∼10분동안 퀴즈시험을 치른다.
교과내용중 서로 대립되는 이론이나 견해가 있으면 학생들이 토론하도록한다. 다음시간에 다룰 내용중 중요한 것을 택해 연구과제로 주고 무작위로 강의전2∼3분 발표토록한다.
리포트 등을 그룹별로 제출케하고 발표자는 강의시간에 교수가 즉석에서 지명, 발표성적을 그룹전체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임의시험을 학기중 7회정도 실시, 성적이 좋은 3∼4회만 반영하는 방법으로 부득이한 결시자의 피해를 줄인다.
개인별 과제물리포트는 그다음시간 간단한 테스트로 평가하고 리포트자체는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다. 남의 것을 베껴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서다. 과제물은 중간층학생이 1학점당 1주에 강의실밖에서 2시간정도 노력하면 해결할수 있는 분량으로 조정한다.
출석역시 무작위로 10∼20명을 부르고 l회결석은 2∼4회결석으로 환산한다.
퀴즈시험·질문지제출·무작위발표 등을 시켜 출석을 점검하기도 한다.
◇대단위교실=수강자가 1백명을 넘는 대단위 강의의 경우 예습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출석률을 높여나간다.
예습과 복습·출석을 유도하기위해 반드시 예고없는 퀴즈시험을 학기중 4∼5회이상 치른다.
학생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 퀴즈는 객관식문제를 10∼20문항 프린트해 주거나 구두로 문제를 불러주기도 한다.
5∼10명정도로 몇 개의 그룹을 만들고, 과외시간에 연구·토론케하며, 그결과를 수업시간중에 발표토록 한다. 발표는 반드시 무작위로 지명된 학생이 하게된다.
◇소단위교실=30∼40명규모의 소단위 강의에서는 세미나형식의 강의진행을 원칙으로 한다.
계획된 교과내용을 학생들은 미리 준비했다가 지명이 되면 발표하고 토론해야한다.
준비와 토론내용을 정리, 리포트를 제출해야한다.
3∼4명 또는 6∼7명의 그룹을 만들고, 서로다른 과제를 맡아 준비하고 발표하기도한다.
각그룹의 리포트는 복사해서 참고도서실에 비치, 다른 그룹의 학생도 그내용을 공부해야하며, 중간·기말시험에 그내용이 출제되기도한다.
모든학생이 예습을 해야하는데, 인문과학 등에서는 이해되지않는 부분만 학생들이 질문토록 하고, 다른 학생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강의를 하기도한다.
시험은 주관식문제를 주로하고, 구두시험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학생의 성적은 각종시험·강의실에서의 발표 등 학습활동·출석점수 등을 종합 평가한다.중간·기말고사성적의 비중을 60%선으로하고 퀴즈·리포트·발표·질의·출석 등을 40%정도의 비율로 평가한다.
대단위강의의 경우 ▲중간시험20%(60분) ▲기말시험40%(90분)로 하고 ▲퀴즈10% ▲리포트20% ▲질문·출석10%로 하며 소단위교실에서는 ▲중간시험20% ▲기말시험40% ▲리포트20% ▲발표·질의·출석 20%로 한다. 발표·질문 등은 사전에 발표를 못하거나 질문에 답변을 못할 때 감점당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