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배제한 정치교육이 독일 통일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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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시대의 이념대립, 편 가르기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또 시민사회에 요구되는 성숙한 정치의식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한.독 국제학술회의가 8, 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다. '정치교육'을 집중 토론할 이번 대회에 참석한 베른트 휘빙거(48.사진 (左)) 독일연방정치교육원 부원장을 8일 만났다.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1952년 출범 초기부터 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독립해 학생.공무원.군인과 시민들에게 균형잡힌 정치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는 첫마디부터 "정치교육이 독일의 민주화와 통일의 원동력이었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60년대 중반~70년대 초반 서독은 현재 한국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했다. 한쪽에선 극우파가 신나치운동을 펼쳤고, 다른 한쪽에선 월남전에 반대하는 좌파 학생운동이 거셌다.

"당시 극우와 극좌를 제재하기 위해 각 주 단위에서 '반급진주의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어긴 극좌.극우 세력은 공무원이 될 수가 없었어요. 교사.교수 모두 공무원인 독일에서 이 조례의 파장은 컸습니다. 현직에 있던 공무원은 파면됐고, 신규 취업이 금지됐습니다. 반발도 컸지만 이런 조례가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교육이란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76년에는 모든 정당의 합의 아래 '보이텔스 바하 합의'라는 3대 정치교육 원칙도 마련됐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다양한 학문.정치의 논점을 제시해 학생.시민의 판단력을 높이며, 또 피교육자의 관심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정치교육은 동.서독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남에는 20년 전부터 독일의 정치교육을 한국에 소개해온 전득주(65.숭실대 정치학.사진 (右)) 교수가 함께했다. 그는 "한국은 대화와 토론 교육이 적어 흑백논리가 앞서고 있다"며 "독일의 정치교육을 벤치마킹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글=배영대,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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