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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6월 항쟁 … 함성 울리던 한국은행 앞 광장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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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8일 서울시 미래유산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경빈 기자]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 선생의 대표작 ‘구직(求職)’을 촬영한 곳이 바로 여기 소공동입니다. 53년 무렵인데 당시 경제가 바닥이었습니다. 소공동이라 불리게 된 유래는 조선 태종 둘째 딸인 경정공주(慶貞公主)가 머물던 주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공주동(小公主洞)인데 줄여서 소공동이라 부르게 된 거죠.”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시 미래문화유산 두번째 답사가 지난 8일 명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한 참가자 30여 명은 문화해설사 이현진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대문시장~한국은행~광화문을 따라가는 코스엔 ‘우리 가까이 숨쉬는 서울 100년의 기억’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명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 금융 중심지였다. 일제는 현 한국은행 자리에 조선은행을 세웠다. 수탈을 위해 만든 근대식 은행이었다. 이곳을 근간으로 대한천일은행, 경성우편국,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등이 세워졌다. 명동은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한국은행 앞 광장은 1919년 3월 1일, 시위대가 “대한 독립”을 외치며 일본 경찰과 격돌한 장소로 기록돼 있다. 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학생들이 경찰과 치열한 공방전을 치르던 곳도 한국은행 앞 광장이다. 초등학생 동생과 함께 온 대학생 김세림(23)씨는 “사람 사는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가 궁금해 참여했다”며 “서울 시내 곳곳에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모르고 지나친 게 많았음을 답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4학년 두 아들과 답사에 동참한 박선주(41·여)씨는 “8년 전에 서울로 이사 왔는데 명동을 여러 번 지나쳤지만 이런 역사가 담겨 있는 줄 몰랐다”며 “아이들과 함께 차분히 다시 둘러볼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 이날 답사에 비해 지난 1일 진행된 첫번째 미래유산 답사 코스는 종로가 중심이었다. 통인시장과 청계천, 피맛골 등이 포함됐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말을 타고 다니던 고관대작을 피해서 다니던 뒷길이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선술집과 국밥집 등이 번성했으나 재개발로 대부분 사라졌다. 피맛골은 종로 1가에서 6가까지 길게 이어졌으나 지금은 종로 1가 교보문고 뒤쪽에서 종로 3가 사이에 일부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진행을 맡은 정표채 문화해설사는 “미래유산의 가치를 발굴해내는 건 최근까지 연구자들의 몫이었다”며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엔 시민들이 유산을 체험하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학자들이 그걸 토대로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해 미래유산 답사를 매달 2차례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글=강기헌 기자, 이은정 인턴기자 (단국대 중어중문)
사진=김경빈 기자

◆서울시 미래유산=서울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건물과 기념물, 주요 인물·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장소와 생활사 등 유·무형의 것들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호받는 등록문화재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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