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완원 동갑내기 6대손이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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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완원(阮元)의 후손 루안시안(阮錫安·58·왼쪽)과 최재천 국회의원(가운데), 추사 김정희의 후손 김광호(58·오른쪽)씨가 추사의 족자를 함께 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과거 스물 넷 추사(秋史)와 45세 완원(阮元)이 만났다면, 오늘은 같은 세대를 사는 동갑내기 6대손으로 만나게 됐다. 사제의 고귀한 연이 세월을 이겨 빛날 수 있음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김광호, 추사 6대손)

 “첫 해외여행의 목적지가 한국이며, 그 계기가 선조들의 인연 덕분이라니 감개무량하다. 우리 한번 안아보자.”(루안시안·阮錫安, 완원 6대손)

 205년 만의 만남.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청대 고증학을 집대성한 금석학자 완원(1764~1849)의 6대 종손이 만났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 선생 국제교류 학술회의’에서다. 두 사람은 58세 동갑내기다. 김씨는 엔지니어로 부품회사인 광진엔터프라이즈 대표, 루안씨는 공무원으로 양저우시 기관공작위원회 선전처장이다.

 1809년 아버지 김노경을 수행해 청 연경에 간 추사는 금석학(金石學)의 노대가 옹방강(翁方綱·1733~1818)과 그 두 아들, 그리고 완원 부자(父子)와 교유한다. 이때부터 사신과 역관을 통해 청의 문사들과 문물과 필묵을 나눴다. 호를 완당(阮堂)이라고 지어 완원을 기리고, 제주 유배 시절 자화상에 완원의 “남이 말한 것을 또 말하지 않는다(不肯人云亦云)”는 문장을 인용해 그것이 자신의 반평생 삶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만남은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최 의원은 “2006년 중국 양저우에서 완원의 유적을 발견한 뒤 추사와 완원을 기리는 일을 해 왔다”며 “당대 중국학자들은 추사를 ‘해동제일통유(海東第一通儒)’라고 칭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명민하게 읽고 역사의 전환기를 주도한 지식인이자 선각자였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세한도 탄생 1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추사 김정희 선생 기념사업회(회장 최종수)가 주최했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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