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참을 수 없는 공짜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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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신해철이 만든 461곡 음원 전부를 사도 그에게 돌아가는 돈은 5500원이다! 국내 음원시장의 왜곡된 수익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불만은 우리뿐만 아닌 모양이다. 팝의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더 이상 자신의 노래를 틀지 말라고 주문했다. 스포티파이라면 가입자가 4000만 명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다. 매달 9.99달러를 내면 음악을 무한정 감상할 수 있다.

 평소 “음원 수익의 70%를 창작자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밝혀온 스포티파이지만 스위프트의 ‘절교 선언’을 막지 못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가의 정당한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해온 그녀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거장 록밴드 U2는 지난달 5년 만의 새 앨범 ‘순수의 노래(Songs of Innocence)’를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무료로 독점 공개했다. 8100만 명이 음악을 들었고 260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다(신제품 아이폰6 행사장에서 공개한 이 앨범을 위해 애플은 1억 달러를 썼다).

 사실 이제 음악 시장은 더 이상 음반·음원 판매가 주 수익원이 아닌 시대로 진입했다. 공연, 스폰서십 광고, 굿즈(스타상품)가 3대 수익원으로 꼽힌다. 세계 공연 수익 1위인 U2에게도 아이튠스에 공짜로 제공된 음원은 관객을 콘서트장으로 유인하는 새 카드고 말이다.

 더 나아가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은 아예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미래 음악 시장의 대세로 일컬어지는 ‘스트리밍 라디오’들이다. 공짜로 무궁무진한 음악을 제공하고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다. 음원을 다운로드해 ‘소유’하는 대신 온라인 라이브러리에서 때때로 꺼내 ‘소비’하는 방식이다. 나 역시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점점 단돈 얼마라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 게 손해처럼 여겨진다. 참을 수 없는 공짜의 유혹이다.

 그러나 100% 공짜는 없는 법. 음악은 공짜지만 사실 통신비가 더 나가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이래저래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란 얘기다. 또 ‘스트리밍 라디오’가 새로운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으면서 자칫 문화 콘텐트(음악)가 얼마든지 공짜로 제공되는 호객용 ‘미끼상품’ 정도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콘텐트(방송 프로그램)를 헐값의 미끼상품으로 끼워팔아 콘텐트 시장을 왜곡시킨 씁쓸한 기억 때문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