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소년 일으킨 따뜻한 손길 … 15년째 300여 명 꿈 찾아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올해 범죄예방자원봉사상 대상은 박상규(46) 법사랑위원 서울남부지역연합회 보호복지위원협의회 위원장이 수상했다. 법성포 굴비 등 수산물을 시중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청소년 지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씨는 “학창시절 반항하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지만 그 때문에 이를 악물고 노력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 같다”며 “방황하는 학생들을 보면 옛날의 나 같아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15년째로 접어들었다. 직접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멘토가 돼 주는 방식으로 비행 청소년, 곤경에 빠진 청소년 등 300여 명이 다시 설수 있도록 도왔다.

 박씨 때문에 꿈이 바뀐 학생도 있다. 지난 2007년 만난 이모 군(당시 고교 1학년)은 조손가정으로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고 있었다. 이군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 본적이 없어서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요리사가 꿈”이라고 했다. 박씨는 고교 3년 동안 이군에게 학원비 등 매달 50여만원을 후원했다. 박씨의 도움으로 사범대학에 진학한 이군은 현재 중등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내가 힘을 보태 아이들의 꿈이 바뀌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박씨는 교도소 출소자의 자활도 돕고 있다. 자비를 들여 특수절도로 3년 6개월을 복역한 김모(55)씨에게 ‘미소씨(미래와 소망을 담은 씨앗) 분식점 1호’를 차려줬다. 박씨는 “사회의 무관심으로 고아원 출신인 김씨가 생계 수단을 찾지 못해 자꾸 범죄에 빠져드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사랑의 화살표는 이어지고 있다. 출소자 김씨는 매달 수익금의 일정액을 박씨에게 맡긴다. 또다른 출소자의 창업 지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다른 출소자 이모(56)씨도 자신의 사업장에 고용했다. 암 투병 중인 이씨 아내의 병원비도 지원해 주고 있다.

 박씨는 청소년 선도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청소년지도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씨에게서 성공 사례를 본 그는 출소자의 창업을 돕는 ‘미소씨서포터즈’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