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창업 지원금이 눈먼 돈 돼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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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 지원금을 받아 대학에서 창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빚더미에 올랐다고 한다. 정부가 대학을 창업 기지로 키우고 대학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을 활성화하려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이 시작 3년 만에 낙제점을 맞은 셈이다. 최근 3년간 1449억원이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창업을 하고도 단 한 푼도 수익을 내지 못한 창업자나 창업팀이 전체의 46.3%나 됐으며, 창업자들의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의 지적이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으나 정책의 비효율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 지원금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고 눈먼 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이번 기회에 대학에 집중되고 있는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의 성과와 실효성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교육부의 산학협력 선도사업(LINC), 고용노동부의 창업인턴제 사업 등 각 부처별로 혼재된 정책 사이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보더라도 창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5년 이상 지나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지 못한 창업자나 창업팀에 책임을 미룰 수는 없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라고 독촉해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한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로부터 혈세를 지원받은 대학이 이를 1600여 개 창업 과제에 잘게 쪼개 지원하다 보니 이 돈이 정작 창업을 위한 마중물로 쓰이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의 창업 지원이 내실 있게 이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대학이 창업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이나 은행 등의 재직자를 창업 전문가로 활용하고 있어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역시 지원금만 타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