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할 일 없는 꽃게, 입맛 살려주는 문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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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호 23면

해양수산부는 ‘10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꽃게와 문어를 선정했다. 꽃게는 ‘꽃처럼 예쁜 게’가 아니라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긴 등딱지’에서 유래했다. 등딱지의 양 옆이 가시처럼 삐죽 튀어나온 꽃게는 ‘곶(튀어나온 것)’과 ‘게’의 합성어다.

해수부가 선정한 10월의 웰빙수산물

순전히 맛으로 치면 6월에 잡은 암꽃게가 최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수현 박사는 “7∼8월의 산란기(꽃게 금어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고 속에 노란 알과 내장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며 “요즘은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채운 수꽃게가 맛있는 시기”라고 소개했다.

꽃게를 뒤집으면 하얗고 단단한 꼭지가 복부를 덮고 있다. ‘게 배꼽’이란 부위다. ‘게 배꼽’이 젖꼭지처럼 생겼고 둥글면 암컷, 아기 고추처럼 뾰족하면 수컷이다. 암꽃게의 게 배꼽을 들면 드러나는 노란 부위(알)의 맛이 일품이다. 수꽃게의 맛을 제대로 느끼자면 집게발의 속살을 먹어봐야 한다.

꽃게는 대개 탕·찜·게장의 재료로 쓰인다. 꽃게탕은 애주가에게 권할 만한 음식이다. 메티오닌·시스테인·타우린 등 황(黃)이 포함된 아미노산들이 술독을 풀어 주고 간을 보호해 준다. 고혈압·간 질환 환자에게도 이롭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타우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꽃게는 대개 껍데기를 떼지 않고 요리하므로 웰빙 성분인 키틴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게 껍데기에 풍부한 키틴은 동물성 식이섬유로 통한다. 체내 노폐물이나 유해물질에 달라붙어 이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소화가 잘 안 되는 키틴을 일부 소화되도록 화학구조를 바꾼 것이 키토산이다.

꽃게 생것 100g당 열량은 74㎉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고단백(생것 100g당 14.4g)·저지방 식품이다. 비타민 B12가 많이 든 것도 돋보인다. 비타민 B12는 악성 빈혈을 예방한다. 이게 부족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며 손발이 저리고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한다.

게살은 빈혈이 있는 젊은 여성, 임산부에게도 추천된다. 엽산과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꽃게 먹고 체한 사람 못 봤다”는 말이 있을 만큼 게살은 소화시키기 쉽다. 노인·회복기 환자에게 꽃게를 권하는 이유다.

문어도 고단백·저지방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생것 100g당 16g)이 흰살 생선에 버금간다. 타우린(말린 문어 표면에 붙은 하얀 가루)이 풍부한 것도 문어의 장점이다. 100g당 지방 함량은 0.8g(생것)에 불과하다. 이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두뇌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이다.

생문어 100g당 열량은 74㎉(삶은 것 99㎉)로, 같은 양의 바나나 수준이다. 문어는 검은 반점과 탄력이 있는 빨판을 가진 것이 상품이다.

대개 문어는 날로 먹지 않고 익히거나 삶거나 말려 먹는다. 초밥·백숙·숙회·장아찌·무침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얇게 썰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 그만이다. 문어를 데칠 때 무를 넣으면 질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제주도에선 돌문어를 ‘문게’라고 하는 데 몸이 허(虛)하거나 식욕이 없을 때 문게죽(물꾸럭죽)을 먹으면 입맛이 살아난다. ‘물꾸럭’이라고도 불리는 돌문어는 몸집이 그리 크지 않지만 독특한 식감이 있어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오르기도 한다. 삶은 문어를 보관할 때는 다리를 하나씩 자른 뒤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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