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반토막 … 하루 새 15만원 비싸진 갤S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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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휴대전화 매장을 찾았다. 그는 “생각보다 지원금이 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상될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1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부근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은 손님 한 명 없이 썰렁했다. 전날만 해도 손님이 몰려들어 대기 줄이 20m 가까이 이어졌던 매장의 풍경이 불과 하루 새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 매장 직원은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전날인 어제까지는 보조금을 꽉 채워줬지만 오늘부터는 규정대로 지급해야 해 보조금이 많이 줄었다”며 “휴대전화를 바꿀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단통법 시행 전에 이미 다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첫날 전국 주요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은 이처럼 한산한 분위기였다. 단통법으로 단말기 가격이 비싸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바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혹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눈에 띄었지만 “보조금이 너무 적다”며 이내 발길을 돌리곤 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모(45)씨는 “예전에도 최신형 단말기에는 보조금이 많이 붙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른바 ‘대란’ 때 일부 고객이 60만원씩 보조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으다 보니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단통법 첫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말기 구매 비용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통 3사가 공시한 단말기별 지원금을 보면 상한선인 30만원을 채운 경우는 드물었다. 최신 단말기인 삼성 갤럭시 S5 LTE-A(출고가 89만9800원)의 경우 SK텔레콤에서는 2년 약정 7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13만3000원을 할인받아 76만68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KT는 비슷한 요금대로 할인 금액이 13만6000원, LG유플러스는 15만원으로 조금 더 많다.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보조금의 15% 범위)을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해도 구매가는 72만~74만원대로, 당초 기대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불과 하루 새 보조금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고객들이 쏟아내는 불만 중 하나다. 일부 매장에서는 전날 단통법 시행 전 마지막으로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번호이동 조건으로 갤럭시S5 LTE-A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최고 30만원가량 지급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보조금은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도 15만~17만원대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액 제한이 없는 15개월 이상 단말기나 인기 없는 기종 등에는 최대 40만원대까지 보조금이 지원되는 등 훨씬 좋은 조건에 구매가 가능했다. 이통사들이 인기가 많은 최신 기종에 보조금을 싣기보다 덜 팔리는 단말기에 보조금을 더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상세한 보조금 내역은 이통 3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뀐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매장에서 개통이 지연되는 등 혼란을 겪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통사마다 단말기별 보조금이 전날 자정이 돼서야 정해지다 보니 관련 전산·교육작업이 늦게 이뤄진 탓이다. 신촌의 한 대리점에서 만난 이정호(24·대학생)씨는 “직원들의 단통법에 대한 지식이 나보다도 부족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제도가 바뀔지 모르니 당분간은 휴대전화를 사지 않고 기다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조금 정보를 몰라 비싸게 단말기를 살 위험은 줄었다. 중고폰이나 마트·인터넷에서 구매한 공기계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요금할인(최고 12%)을 받을 수 있고, 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의 반응이 나온다. 서울 남대문 인근 대리점 앞에서 만난 이운영(37·회사원)씨는 “어디가 더 싼지 비교하고 알아보느라 헛고생할 필요 없어서 좋다” 고 말했다.

정부는 단통법이 정착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도 단통법이 시행된 것을 모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데다 이통사들도 제도 도입 초기 ‘눈치 보기’로 최신 단말기에 보조금을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갤럭시S5 위주로 팔리고 있는 최신 단말기 시장에 아이폰6가 들어오고, 이통사의 새로운 서비스가 자리를 잡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휴대전화 대리점을 현장 방문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단통법이 자리를 잡으면 제조사가 보조금 경쟁이 아닌 출고가 인하에 나설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상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글=손해용·박수련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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