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취업난·조기퇴직 … 아프리카로 떠난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
박상주 지음
부키, 288쪽, 1만4800원

어느 날 배우자가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겠다면 뭐라고 할까. “덥고 위험할 텐데. 말도 안 통하는데 사업을 어떻게? 게다가 에이즈·에볼라 같은 질병이 만연할 텐데 왜?” 정도 아닐까. 아마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종합해 보는 기회가 될 거다.

 하지만 여기도 한국인이 산다. 그것도 아주 잘. 게다가 대다수가 가지 않으려 했던 덕에 많은 기회가 손 타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한국서 사업에 실패하고 잠비아로 눈을 돌린 김근욱씨는 흑인 여성에게 가발이 꼭 필요하단 점을 포착했다. 심한 곱슬머리는 길게 놔두면 끊어지기 때문에 짧게 잘라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은 가발을 찾는다. 잠비아에는 가발만 다루는 전문회사가 없었다. 유통망도 없어 가발 값도 비쌌다. 김씨는 이 둘을 해결해 연매출 1600만 달러의 가발 회사를 키워냈다.

 편견은 남의 눈으로 볼 때 생긴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이 대륙을 본 이들은 사업 기회를 잡아냈다. 한국식 세탁소·빵집을 열어 문전성시를 이루거나, 디지털 사진인화 서비스로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잡았다. 그런데 마음도 평온하단다. 케냐의 야생 초원을 누비며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있는 여행사 사장, 홍해를 헤엄치는 스쿠버다이버 자매는 “대학가면 결혼 걱정, 그 다음엔 출산·육아…. 줄줄이 걱정만 하던 삶을 벗어나니 숨통이 트인다”고 한단다.

 저자는 20년 신문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지구촌 순례 기자’를 자처했다. 석 달 동안 나이지리아·케냐·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 등을 돌며 한국 사장님들을 만났다.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동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이야기도 묶어 따로 펴냈다.

 저자는 취업난·조기퇴직으로 풀죽은 한국인들이 인구 10억의 아프리카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다고 성공 스토리만 따온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눈먼 돈 찾으려다가는 생눈 뽑힌다”는 식의 정신 버쩍 드는 경고도 있다. 또 기회의 땅에서 돈만 벌고 떠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썼다. 자신뿐 아니라 아들·딸·손자까지 아프리카에 정착하길 원하는 사람이 진정 성공하더라는 이야기다. 돈 버는 만큼 우물을 만들어주는 젊은 사업가의 이야기도 귀기울일 만하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