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금빛 옆차기'… 아시안게임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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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아이돌’ 이대훈이 박동호를 물리치고 인천 아시안게임 63kg급 출전권을 따냈다. 사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결승전에 나선 이대훈(오른쪽). [중앙포토]

2012년 8월 9일,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열린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2·용인대)은 남자 -58kg급 결승전이 끝난 뒤 고개를 떨궜다. 혹독한 훈련으로 평소 65kg 안팎이던 체중을 58kg까지 낮춘 뒤 정신력으로 버티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금메달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스페인의 강자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25)와의 결승전에서 발차기를 맞고 다운되는 등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8-17로 졌다. 무리한 체중 감량에 따른 체력 고갈이 원인이었다. 경기 직후 이대훈은 “올림픽의 실패를 거울 삼아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훈은 약속대로 다시 일어섰다. 올림픽 이후 자신의 주 종목인 -63kg급과 한 체급 위인 -68kg급을 오가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아시안 게임 2연속 우승의 시동도 걸었다. 29일 서울 역삼동 국기원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 게임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의 청신호를 켰다.

 이번 대회 남자 -63kg급에는 이대훈을 포함해 5명의 강자들이 몰려들었다. -63kg급 대표 2진 송문철(제주특별자치도청)과 아시아선수권 -58kg급 동메달리스트 조강민(풍생고)·-58kg급 대표 2진 이호형(한체대)·-68kg급 대표 2진 박동호(세종대) 등이 참가했다. 대한태권도협회가 8개 체급 가운데 금메달 가능성을 고려해 남자부 -54㎏급, -63㎏급, -74㎏급, -80㎏급, -87㎏급, 87㎏초과급 등 총 6체급에만 선수를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체중이 비슷한 선수들이 -63kg급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선발전을 앞두고 태권도 관계자들이 “이대훈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려면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게 우선”이라 말할 정도로 좁은 관문이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아시아선수권 우승자인 이대훈에게 어드밴티지를 줬다.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예선 토너먼트를 통해 한 명의 최종 승자를 추리면, 해당 선수와 이대훈이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을 도입했다. 한 경기만 치르면 되는 이대훈이 유리할 걸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토너먼트 두 경기를 거쳐 결승에 오른 박동호의 실전 감각이 살아난 데다 체력 회복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탓에 경기 초반엔 몸이 덜 풀린 이대훈이 오히려 애를 먹었다. 1회전을 0-1로 뒤졌던 이대훈은 2회전까지도 머리 공격을 두 차례나 허용하며 6-8로 끌려갔다. 역전 드라마는 3회전에 씌여졌다. 이대훈이 머리 공격 한 차례를 포함해 무려 7차례나 공격을 성공시켜 15-12로 경기를 뒤집었다. 승부처에 강한 이대훈의 장점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이대훈은 ‘얼짱 선수’로 유명세를 탔지만,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는 ‘독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런던올림픽 최종 선발전 당시 코뼈가 부러져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참고 경기를 마쳐 출전권을 따낸 일화가 유명하다.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낸 직후 이대훈은 태권도 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대회 2연패보다 중요한 건 ‘태권도는 재미없다’거나 ‘한국은 더 이상 태권도 최강자가 아니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다.”

 이대훈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화끈한 돌려차기로 태권도 인기에 불을 붙이겠다”고 약속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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