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사고 취소 올해는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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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8월 초에 자사고 신입생 모집공고를 내야 하는 등 물리적 이유를 들어 올해 지정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반대하더라도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조 교육감은 22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자사고 재지정 여부에 대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며 “여러 법률가의 검토를 받아본 결과 교육부가 거부하더라도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의 3)에 따르면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다만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는 재지정을 위한 평가는 5년 단위이기 때문에 이번에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10년을 가게 된다”며 “이번에 재평가를 한 것도 법이나 시행령에 적법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일 취임 후 이미 평가가 완료된 서울지역 14개 자사고에 대해 공교육 지표 등을 추가해 재평가를 했다.

 반면 교육부는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는 ‘협의 사항’임을 근거로 진보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는 법령에 근거한 학교 형태이며 지정 취소는 교육부 장관과 협의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교육감 단독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물리적으로도 올해 평가 대상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8월 초까지 신입생 모집 요강을 확정해 공고하려면 7월 말까지는 재지정 여부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에 통보 후 10일의 여유를 준 뒤 청문 절차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절차가 마무리된다.

 교육부 박성민 학교정책과장은 “늦어도 22일까지는 교육청이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며 “시간상 올해 지정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 경기도교육청이 지정 취소 입장을 밝힌 안산동산고에 대해선 “교육청 평가 과정이 제대로 됐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입시 명문인 안산동산고가 첫 지정 취소 대상으로 꼽혔다는 소식에 자사고들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6월에 이미 평가가 끝났는데 신임 교육감이 취임했다고 새로운 지표로 재평가해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시키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번 평가 대상 자사고는 전국 49개교 중 25곳이다.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명령=교육부는 이날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 32명에 대해 8월 1일까지 직권면직하도록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 복직 기간을 다음달 25일까지로 연장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에 대해서는 “국가사무인 장관의 정당한 지도감독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용학 교원복지연수과장은 “8월 1일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복귀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교육청은 23일 처음 열리는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향후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교육감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현안에 대한 많은 얘기들이 오갈 것”이라 고 전망했다.

윤석만·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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