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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대책도 선진국형으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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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중앙일보의 ‘관피아 개혁’ 시리즈(7월 14일자 1, 4, 5면 등)가 나가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공무원들은 갈 곳과 못 갈 곳을 명확히 구분해주자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세종시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세월호 사건을 보면 국민의 생명·재산이 관계됐는데도 유착이 있었다. 이런 곳은 해당 부처 공무원이 절대 못 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의 공조가 필요한 준정부기관은 공무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로 비판받았던 섭섭함도 내비쳤다. “그동안 관피아로 매도돼 허탈한 느낌이었다. 관피아 대책이 감정적으로 치우쳤다. 관료 출신이 공공기관에 가는 것을 막으면 정치인과 교수만 좋아진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경제부처 국장)

 그러나 여전히 관피아의 심각한 폐해를 지적하며 언론이 이를 더 파헤쳐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아직 일반 국민의 시각은 냉랭했다. 50대 고위급 공무원인 A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개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게 짖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 이웃이 공무원 집은 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더라’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웃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몸가짐을 정말 조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관피아 대책을 뚝딱 만들어 내놨다. 여론이 악화하자 취업제한 대상 기업 수를 세 배로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못 가는 민간기업의 리스트를 늘리는 방식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관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우회로를 찾을 것이다. 전·현직 공무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정하는 것(행위규제)이 중요한데 우리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처럼 관료가 못 가는 민간기업을 1만3466개로 정해 놓고 관리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관피아 대책도 후진적이라는 얘기다. 선진국들은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취업을 하되, 재직 당시 일을 나와서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걸리면 처벌도 무섭게 한다. 당장 선진국 방식으로 가기 어렵다면 직급에 따라 사전 취업제한과 사후 행위제한을 적절하게 병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빠뜨려선 안 될 것이 있다. 공무원들의 뼈저린 자기 반성이다. 관피아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선 현직에서 일하는 공직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퇴직한 상관이나 동료가 여러 가지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땐 부디 세월호 사건 이후 쏟아졌던 매서운 비판과 이웃들의 싸늘한 시선을 잊지 말기 바란다. 후진국형 구태를 반복하면서 규제만 선진국형으로 가자고 한다면 누구도 이를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