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그룹, 잠실운동장에 10조 베팅 … 한국은 여론의 벽, 일본은 유치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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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복합리조트 운영업체인 미국 샌즈그룹이 한국을 상대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서울시가 보유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106억 달러(약 10조8140억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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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아베 정부와 야당이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샌즈 투자를 따내기 위해 연내 카지노 합법화를 밀어붙이고 있어 한국으로선 사실상 마지막 제안을 받은 셈이다.

 ‘카지노 황제’로 불리는 셸든 애덜슨(81)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극비리에 방한해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잠실 복합리조트 개발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애덜슨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잠실운동장 126만㎡ 부지에 컨벤션센터와 호텔·카지노·공연장·체육관 등을 건립하는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샌즈 측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를 현물 출자해 공동 개발하는 것도, 샌즈가 50년간 임대 후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샌즈가 제안한 ‘잠실 프로젝트’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초대형 역사(役事)다. <그래픽 참조> 컨벤션센터는 1300~7000㎡ 규모의 국제회의장 500개가 설치돼 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MICE) 산업의 메카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체 8200객실 규모의 고급 호텔 3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서울시내 특1급 호텔 객실 수(약 1만1000실)와 맞먹는다. 특히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를 형상화한 제1호텔(객실 2600실)은 규모에서 샌즈가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2560객실)을 능가한다. 샌즈는 이 호텔 건설에만 6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4000석짜리 공연장 3개, 252m 옥상수영장, 2만 석 규모의 체육관 등이 추가된다. 샌즈의 구상대로라면 이곳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만 그대로 남는다. 개장한 지 32년 된 잠실야구장은 개발이 무산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8500억원을 들여 돔구장(3만 석 규모)을 신축해 준다는 대안을 내놨다.

 다만 샌즈는 내국인이 입장 가능한 ‘오픈카지노’ 개설을 허가해 달라는 것을 투자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형 복합리조트의 수익원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오픈카지노 문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현재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랜드뿐이다. 오픈카지노는 국민 공감대 조성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내국인 출입 횟수와 베팅 금액, 블랙리스트 제도 등 관리·감독 시스템을 엄격히 적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레저문화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복합리조트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변수는 카지노 합법화를 향한 일본의 긴박한 행보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복합리조트 건립을 준비 중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5월 싱가포르 방문 때 가장 먼저 마리나베이샌즈를 찾았다. 여기서 그는 "복합리조트는 성장전략의 핵심”이라고 공표하면서 카지노 허용 법안을 야심 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에선 9월 말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오사카·홋카이도·오키나와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뛰고 있다.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는 “우리는 이미 150만㎡의 부지를 확보했다. 아시아 1위 복합리조트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샌즈는 이미 일본에도 10조원대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샌즈는 내심 한국행(行)을 바라고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와 한류 진원지라는 점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샌즈 측 관계자는 “샌즈는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전에 복합리조트를 개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과 샌즈 모두)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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