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교육열 vs 교육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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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코를 막으면 혀끝의 맛도 못느끼는 게 사람이라니, 후각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향(香) 관련 제품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화장품에 관심 많고 또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 여성이라지만 유독 향수에 돈 쓰는 건 꺼려왔습니다. 그러니 향초나 디퓨저 등 다양한 고급 홈 프래그런스(home fragrance·공간용 방향용품) 제품은 국내에서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죠. 세계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인다는 한국 시장이 유독 향 관련 제품엔 폐쇄적인 모양새를 띠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각 백화점에 약속이나 한 듯 향수 매장이 쑥쑥 늘어나더니 향수뿐 아니라 꽤 비싼 향초 등도 잘 팔린다는 겁니다. 샴푸와 세제 등 생활용품에도 향을 강조한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고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갑자기 한국인이 향에 주목하게 됐는가” 말이죠. 백화점 상품기획자(MD)나 향수 수입업자는 물론 심리학자와 경영학자,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사람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렇게 江南通新이 구한 답은 2~3면 커버 스토리에 상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커버스토리 외에 이번 주에 권하는 기사는 10~11면 ‘엄마의 교육 리포트’입니다. 한국의 교육현실이 우울해서인지 이 지면에 등장하는 외국 학교 재학생이 늘 부러웠습니다. 정부의 뛰어난 교육정책 아래서 열정 넘치는 교사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을 소개한 이번 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측면에 좀더 주목했습니다. 바로 엄마의 교육열입니다. 한국에선 엄마의 정보력을 곧 교육열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남보다 빨리 좋은 학원을 알아내는 정보력이 엄마의 능력이자, 높은 교육열의 증거처럼 통용돼왔다는 얘기입니다.

 자, 그렇다면 학원 없는 네덜란드에선 엄마들이 어떻게 교육열을 드러낼까요. 바로 책 읽어주기입니다. 아이 교육을 남의 손에 내맡기고는 나 몰라라 하는 대신 저녁 시간은 온전히 아이에게 쏟으며 책을 읽어준답니다. 아무리 바쁜 워킹맘도 아이가 꽤 클 때까지 매일 밤 아이가 원하는만큼 책을 읽어준다네요. 아이가 지칠 때까지 책을 읽어주기는커녕 “바쁘다” 소리를 입에 달고는 “밤엔 빨리 자라”고만 했던 저의 과거를 떠올리고는 반성 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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