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킬러 없어 허리 휘는 아시아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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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 중인 아시아 4개국(한국·일본·호주·이란)의 초반 행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총 7경기(22일 현재)를 치러 3무4패, 승점 합계 3점에 불과하다. 6개국이 참가해 같은 기간 12경기에서 승점 28점(9승1무2패)을 쌓은 남미와는 천양지차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22일 알제리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축구가 발전한 건지, 아시아 축구가 후퇴한 건지는 월드컵이 끝나야 알 수 있다. 다만 아시아가 더 노력하고 연구해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 미디어센터에서 오카다 다케시(58·사진) 감독을 만났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사상 첫 본선행과 16강행을 이끈 그는 현재 중국 수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 팀을 이끌고 있으며, 일본 NHK 해설위원으로 이번 대회를 찾았다.

 오카다 감독은 이번 대회 다득점 경향에 대해 “공격축구를 권장하는 판정 기준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비수가 드리블러를 거칠게 저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돌파에 이은 득점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축구가 부진한 원인으로는 미드필드진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경기 운영 형태를 꼽았다. 찬스를 확실히 득점으로 연결할 공격수가 없다 보니 2선 멤버들이 더 많이 뛰어 해결하는 비효율 구조가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오카다 감독은 “이번 대회에는 모든 팀이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 위주로 전술을 준비해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결정력이 뛰어난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는 한국이나 일본은 미드필더들이 더 많이 뛰며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세트피스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스트라이커가 나오면 비약적인 경기력 향상을 이룰 수 있지만, 그런 골잡이를 길러내지 못하는 게 그 나라 축구의 냉정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오카다 감독은 이번 대회 아시아 4개국 중 한국의 가능성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실력은 대동소이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각오와 승리에 대한 의지에서 (한국이) 가장 앞선다”고 설명한 그는 “한국은 동료들끼리 ‘함께 뛰자’는 의지가 경기 중에 잘 드러난다. 16강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칭찬했다.

 아시아 축구에 전하는 충고도 남겼다. “세계 축구의 평준화 현상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순간적인 집중력과 승리에 대한 열망의 차이에서 오는 경기력 격차는 여전하다”고 언급한 오카다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팀들이 초반 15분과 막판 15분의 실점이 유난히 많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시간대를 ‘적당히 버티는 시간’으로 여기는 낡은 생각부터 떨쳐내는 게 세계 축구와의 거리를 좁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알레그리=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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