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천경자 화백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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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한민국예술원(회장 유종호)이 지난 2월부터 예술원 회원인 천경자(90·사진) 화백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끊었다. 예술원 회원들은 매월 18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11일 예술원 등에 따르면 예술원은 천 화백의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당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화백은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고 51년 뱀 그림 ‘생태’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통 동양화 기법에서 진일보, 여인의 한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으로 그린 대표적 여류 화가다. 그는 98년 채색화와 스케치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으며,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큰딸인 이혜선(70·섬유공예가)씨의 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와 접촉을 끊은 천 화백은 거동은 어렵지만 의식은 있는 상태라는 것이 이씨를 통해 그동안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원은 수당 지급 문제로 천 화백의 근황을 확인코자 지난해부터 이씨에게 공문을 보내 천 화백의 의료 기록 등을 요구했다. 이씨는 이 같은 요구가 천 화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예술원은 지난 2월부터 수당 지급을 중단했고, 이씨는 회원 탈퇴서를 제출했다. 예술원 관계자는 “3월쯤 이씨가 ‘예술원 기념전에 작품을 걸지 말라’며 회원을 탈퇴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예술원은 천 화백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퇴 처리는 하지 않은 상태다.

 예술원은 52년 문화보호법(이후 대한민국예술원법으로 개칭)에 근거해 54년 문을 연 대한민국 예술가의 대표기관이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100명 정원에 현재 회원은 87명이다. 회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할 수 있어 사실상 종신제다. 천 화백은 78년 예술원 회원이 됐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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