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온실가스 감축, 정부 단일안도 없이 밀어붙여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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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서울에서는 ‘저탄소차 협력금(자동차 탄소세) 도입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업계와 정부, 정부 부처 간 절충과 합의를 이뤄내자는 취지였지만 되레 갈등과 이견만 확인하고 끝났다. 자동차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저연비 차를 사면 수십~수백만원의 부담금을 매기고, 배출량이 적은 고연비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데 연비가 좋은 유럽차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등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이견도 컸다.

 그러자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환경부와 산업부, 3개 부처 산하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공동 연구용역을 맡겼다.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 정부 단일안을 내놓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석 달간 공동 연구를 했으나 합의는 없었다. 산업연 측은 “환경부 목표대로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부담금이 1500만원은 돼야 한다”며 “국산차 판매가 5000대 줄어드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간신히 회생 중인 쌍용차에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환경연은 “산업연 측이 부정적 효과 위주로만 분석했다”며 반박했다. 이래서야 업계 설득은커녕 정부의 준비 부족만 드러낸 꼴이 아닌가.

 지난 2일 열린 배출권 거래제 공청회도 마찬가지였다. 업계는 “정부가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아 (기업이) 3년간 최대 28조원의 추가 부담을 진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산업계를 충분히 배려했다”며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국제적 합의의 산물이며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규제는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일자리와 약자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업계도 반대만 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애초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2013년 7월 시행하려다 업계 사정을 감안해 내년으로 늦췄다. 그동안 업계는 뭘 했는지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