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간이 부부 같은 성의 없는 분장 한심|지나친 「제스처」로 곤혹감주는 가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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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잉그리드·버그먼」이 영화『당신은 「브람스」를 좋아합니까?』의 주역으로 출연교섭을 받던 때의 얘기다.
여배우들은 노역을 싫어하는 것이 통례인지라 「버그먼」의 역할이 마흔살 중년부인인 것을 미안해하는 제작진에게 아니나다를까, 「버그먼」은 『그런 나이면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당황한 제작진은 『그럼 서른 다섯으로 내리자』고 양보했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난처해하면서 뜻밖의 요구를 했다. 『지금 내 나이가 마흔 다섯이니까 영화 속의 역할도 마흔 다섯으로 올려달라』고.
노역분장의 번거로움 때문인지,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 탓인지 우리네 TV「드라머」속의 여인들은 「버그먼」과는 달리 좀처럼 나이 먹기를 싫어한다.
KBS『자매들』에서의 전양자 모자간은 낮선 시청자에게 부부간으로 오해받기 알맞고, MBC『정부인』의 내용을 모르는 이들은 시할머니 정혜선, 시어머니 이효춘, 며느리 김자옥의 3대를 자매간이나 동서지간 쯤으로 보기 십상이다.
□…대마초 파동으로 인한 연예계 정화작업 이후 꽤 다듬어져 온 TV「쇼·프로」가 유난스레 무더웠던 이 여름동안 상당히 해이해져 있음을 보고 놀라게 된다.
『밤차』를 부르는 이은하의 정신없는 「제스처」와, 노래보다는 입으나 마나한 의상과 요란스런 몸짓으로 눈길을 끄는 희「시스터즈」등이 그 단적인 예인데 짙고 탁한 분위기가 안방극장에는 걸맞지 않는다.
TV시대의 노래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지만 노래외적인 것에 비중을 둔 본말전도형의 가수가 생명이 긴 예는 없었다.
『자신의 미모가 오히려 자신의 재질을 평가받는데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한 「소프라노」「안나·모포」의 오만한 발언을 우리나라 연예인들드 한번쯤 음미해서 나쁠 것 없을 것 같다.
□…TV외화「팬」들에게 있어 올 여름은 볼만한 「필름」이 풍성해서 즐거운 계절이었다.
『세계의 10대 영화』『원폭 투하의 날』『진주만 공격』『공룡에서 뱀까지』『은반 위의 스타들』『엘비스·프레슬리 1주기 기념특집』, 그리고 『골든·스포츠·퍼레이드』『서부극시리즈』등 주로 TBC가 보여준 일련의 「필름」들은 TV에 재미를 못느끼던 이들까지「브라운」관 앞에 불러모으는데 크게 한몫 했다고 여겨진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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