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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센 곳 잠수 … 말없이 앞장서던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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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월호 선체를 자르던 잠수사 이민섭(44)씨가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30일 오후 이씨의 자택인 인천시 경서동의 아파트. 잠긴 문 너머로 이씨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가 어디라고 가냐.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왜 이렇게 울어.”

 이어 이씨의 아내 장승림(41)씨가 흐느끼면서 말했다. “미안해서, 내가 미안해서….”

 오후 6시쯤 아내 장씨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 그리고 이씨의 부모와 함께 집을 나와 해양경찰이 마련한 비행기를 타고 시신이 안치된 전남 목포한국병원으로 향했다.

 숨진 이씨는 잠수사 경력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과 만난 해경에 따르면 이씨는 가족에게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출장 간다”고만 하고는 지난 27일 집을 나섰다. 전남 진도에 내려가 대기하다 30일 처음 작업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인천 강화도 연륙교 건설 작업 등을 같이 했던 잠수사 양모(45)씨는 “동료나 후배들이 물살이 센 바다에 들어가기를 꺼리면 말없이 앞장서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산소 용접기를 갖고 세월호 바깥 벽을 자르던 중에 변을 당했다. 물 위로 끌어올렸을 때 의식이 없고 코와 눈 등에 출혈이 있는 상태였다고 동료 잠수사들은 전했다. 이씨를 검안한 목포한국병원 박인호 신경외과 원장은 “X선과 CT촬영 결과 폐가 외부 충격에 의해 손상되는 바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발 충격으로 폐를 다쳤다는 얘기다.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본부장은 “앞선 작업에서 흘러나온 고압산소가 배 안에 에어포켓처럼 고여 있다가 전기 불꽃이 튀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가 나자 절단 작업과 더불어 희생자 수색을 중단했다. 언제 희생자를 다시 찾기 시작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사고 전까지 선체를 절단하면서 동시에 희생자 수색을 했으나 9일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희생자는 288명, 실종자는 16명이다.

진도=최종권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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